사실을 들여다보면

나무늘보 털의 초록빛은 주로 털에서 자라는 녹조류 때문에 생깁니다. 동물이 원래 초록색 털을 만들어 낸다기보다, 회갈색 털 위에 사는 작은 광합성 생물들이 겉모습에 색을 더하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나무늘보가 선명한 초록색인 것은 아니며, 육안으로 갈색처럼 보이는 털에도 조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색 하나만으로 털에 사는 생물의 유무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조류는 새를 뜻하는 조류가 아니라 물가의 초록 막 등을 이루는 algae를 말합니다. 녹조류는 광합성에 쓰는 색소를 지닌 생물이며, 아주 작은 세포가 털과 함께 보이면 전체에 녹색 기운이 생깁니다. 따라서 나무늘보가 식물로 변했다거나 몸의 세포가 햇빛만으로 살아간다는 설명은 맞지 않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생물과 그 생물이 붙어 있는 포유류를 구분해야 합니다. 나무늘보의 털은 이 경우 작은 생물들이 자리 잡는 바탕이 됩니다.

그 바탕도 매끈한 실과는 다릅니다. 나무늘보의 거친 털에는 종류에 따라 길이 방향의 홈이나 가로 방향의 균열이 나타납니다. 이런 미세한 공간은 조류가 붙어 살고 수분과 접촉하는 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도 두발가락나무늘보의 털이 습한 환경에서 조류 때문에 초록빛을 띨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털의 모든 특징이 조류를 기르기 위해 진화했다고까지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서식에 도움이 되는 구조를 확인하는 것과 그 구조가 생긴 진화적 이유를 밝히는 것은 별개의 질문입니다.

초록빛의 정체는 단지 숲에서 잘 숨는 것 같다는 인상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닙니다. 2010년에 발표된 연구는 나무늘보 털을 현미경으로 살피고 분자 분석을 이용해 조류의 종류와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녹조류와 함께 나무늘보 털과 밀접하게 연결된 트리코필루스라는 무리를 확인했습니다. 겉으로 비슷하게 초록색인 털에서도 미생물의 구성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현미경은 무엇이 붙어 있는지 보여 주고, DNA 분석은 닮아 보이는 생물들이 어떤 무리에 속하는지 구분하는 근거가 됩니다.

털 위의 세계에는 조류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나방과 다른 절지동물, 균류와 세균 등 여러 생물이 함께 관찰되어 나무늘보는 움직이는 작은 서식처로 연구됩니다. 이 생물들은 나무늘보와 함께 이동하면서 주변 숲의 습도나 빛 같은 조건에도 노출됩니다. 그러나 같은 털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가 서로 돕는 관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생물학에서 두 종이 가까이 사는 관계를 넓게 공생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양쪽 모두 이득을 얻는 상리공생인지 알려면 각자의 이득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설명이 초록빛이 위장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입니다. 잎과 가지 사이에서 초록 기운이 섞인 털은 사람 눈에도 주변과 어울려 보이므로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만으로 포식자가 실제로 발견하기 어려워지는 정도나 나무늘보의 생존 이득까지 측정한 것은 아닙니다. 2021년에 나온 털 생태계 검토 논문은 이런 설명 중 일부에 직접적인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초록빛의 원인이 조류라는 사실과, 그 조류가 어떤 이익을 주기 때문에 유지된다는 설명에는 서로 다른 수준의 증거가 필요합니다.

나방이 조류를 돕고 나무늘보가 그 조류에서 영양을 얻는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2014년 연구에서는 털에 있는 나방의 양, 무기질 질소, 조류의 양 사이의 관계를 조사했고, 일부 소화관 시료에서 조류를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나방·조류·나무늘보를 연결하는 상리공생의 가능성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곧 원인과 결과를 모두 증명하지는 않으며, 조류가 소화관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주요 먹이이거나 충분한 영양 이득을 준다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후 검토에서도 실제 섭취 행동과 이득의 크기는 신중하게 다뤄야 할 부분으로 남습니다.

그러므로 나무늘보 사진을 볼 때 확실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와 아직 연구 중인 이야기를 나누면 더 흥미롭습니다. 털의 녹색은 그 위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물들의 흔적이고, 털은 동물의 덮개인 동시에 미세한 서식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공간이 숙주에게 어떤 도움을 얼마나 주는지는 별도로 시험해야 합니다. 초록빛이 약한 개체를 보고 공생이 없다고 단정하거나, 초록빛이 강한 개체를 보고 스스로 먹이를 재배한다고 말하는 대신, 색 뒤에 있는 실제 생물과 관계를 살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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