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전깃줄 한 가닥에 두 발을 나란히 올린 새가 보통 감전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새의 몸 양끝에 걸리는 전압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선 자체는 땅에 대해 수천 볼트 이상의 높은 전위를 가질 수 있지만, 새의 두 발은 서로 아주 가까운 같은 도체에 닿아 거의 같은 전위가 된다. 몸을 가로질러 전류를 밀어 줄 차이가 작으니 위험한 전류도 거의 흐르지 않는다.

감전은 높은 전압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전압은 두 지점 사이의 전기적 위치 차이고, 전류는 그 차이와 경로의 저항에 따라 흐른다. 물탱크 두 곳의 높이가 같으면 연결관을 열어도 큰 흐름이 생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새 전체가 전선과 함께 높은 전위로 올라가더라도 두 발 사이의 차이가 작으면 몸 안의 흐름은 미미하다.

전선에는 매우 작은 저항이 있으므로 두 발이 닿는 지점의 전위가 수학적으로 완전히 똑같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전선 구간은 새의 몸보다 훨씬 낮은 저항을 갖는다. 흐를 수 있는 전류의 압도적인 대부분은 계속 금속 전선을 따라가고, 두 발 사이의 작은 전압 강하만 새에게 걸린다. '전류가 아예 0'이라기보다 해를 줄 정도로 크지 않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설명은 전기가 언제나 저항이 가장 작은 한 길만 골라 간다는 뜻도 아니다. 병렬 경로가 있으면 전류는 모든 경로에 나뉘어 흐르며, 각 경로의 전압과 저항이 양을 정한다. 새의 몸도 전선 두 지점 사이에 연결된 하나의 경로지만 양끝의 전압 차이가 아주 작고 몸의 저항은 상대적으로 커서 그 몫이 매우 적다. '최소 저항의 길'이라는 구호만으로는 중요한 전압 조건을 놓친다.

상황은 새가 서로 다른 전위 두 곳을 동시에 만지는 순간 바뀐다. 한쪽 발이나 날개로 다른 상의 전선에 닿거나, 전선과 접지된 철제 구조물·변압기 외함·전봇대 장치를 함께 건드리면 몸이 큰 전압 차이를 잇는 다리가 된다. 전류가 몸을 통과해 회로를 완성할 수 있으며 조직 손상, 화상, 심장과 신경계 교란을 일으킨다.

큰 맹금류가 작은 새보다 위험할 수 있는 이유도 생물학적 면역이 아니라 접촉 거리다. 넓은 날개와 긴 다리가 가까이 배치된 두 도체 또는 충전부와 접지 부품을 동시에 가로지를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 에너지부의 조류 보호 자료도 실제 감전이 서로 다른 충전부 두 곳이나 충전부와 접지된 부분을 함께 만질 때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간격이 좁은 배전 설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마른 깃털은 어느 정도 절연에 도움을 주지만 안전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새의 발은 실제로 맨 전선에 접촉하며 몸도 전기를 통할 수 있다. 깃털이 젖거나 더러워지면 절연 성능이 떨어질 수 있고, 피부·발·날개 관절 같은 살 부분이 두 전위에 직접 닿으면 위험이 커진다. '새는 특별한 절연체라서 산다'는 설명은 예외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공중 전선이 검게 보인다고 모두 고무로 싸인 케이블인 것도 아니다. 많은 송전선은 공기를 절연 간격으로 이용하는 노출 도체이며, 전봇대나 철탑의 절연 애자가 전선과 지지 구조 사이를 분리한다. 새가 전선 위에 앉는 장면 자체가 피복의 보호를 증명하지 않는 이유다. 설비마다 구조가 다르므로 외관만 보고 충전 여부나 절연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같은 전선을 잡으면 왜 더 위험한지도 같은 원리로 풀린다. 땅에 서 있거나 사다리, 건물, 다른 전선과 연결된 사람은 몸 한쪽이 대지 전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손으로 충전 전선을 만지면 손과 발 사이에 큰 전압 차이가 생겨 몸이 전선에서 땅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된다. 전선에 매달려 두 점 모두 같은 전위가 되면 된다는 식의 모방은 접근 중 방전과 다른 접촉 때문에 치명적이다.

전선 근처에서는 직접 닿지 않아도 충분히 높은 전압이 공기 틈을 뚫고 아크를 만들 수 있다. 설비의 전압, 거리, 습도, 뾰족한 형상에 따라 절연 파괴 조건이 달라지므로 정확한 안전거리를 비전문가가 눈대중으로 판단할 수 없다. 끊어진 전선이 땅에 닿았을 때는 지표에도 위치별 전압 차이가 생겨 두 발 사이로 전류가 흐르는 보폭 전압 위험까지 있다.

따라서 전깃줄 위의 새는 전기에 강해서가 아니라, 보통 한 가닥의 거의 같은 전위에만 접촉하고 있기 때문에 무사하다. 같은 전선 위 두 지점의 미세한 전압 차이로는 몸에 큰 전류가 흐르지 않지만, 다른 전선이나 접지 구조를 동시에 만나면 조건은 즉시 뒤집힌다. 이 장면은 감전의 기준이 '전압이 있는 물체를 만졌는가'가 아니라 '몸을 가로지르는 전압 차이와 전류 경로가 생겼는가'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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