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북극 순록의 눈은 여름과 겨울에 같은 빛을 되비추지 않는다. 망막 뒤의 반사층인 휘판이 여름에는 금빛이나 청록빛을 띠지만 겨울에는 짙은 파란빛을 반사하도록 구조가 달라진다. 흔히 ‘눈 색이 바뀐다’고 표현하지만 홍채의 색소가 계절마다 물드는 현상은 아니다. 빛을 한 번 더 망막으로 돌려보내는 미세한 콜라겐 거울이 계절의 밝기에 맞춰 조정되는 것이다.

휘판은 고양이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직과 같은 종류의 장치다. 눈에 들어온 광자 가운데 일부는 처음 망막을 통과할 때 광수용체에 잡히지 않는다. 휘판은 이를 다시 망막 쪽으로 반사해 감지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 사람에게는 이 층이 없지만, 야간이나 박명에 활동하는 여러 포유류에는 발달해 있다. 순록이 사는 고위도 지역은 한여름의 거의 계속되는 낮과 한겨울의 긴 어둠 사이에서 조도가 극단적으로 달라지므로, 고정된 거울 하나로 두 환경을 모두 다루기 어렵다.

순록의 휘판은 색소로 칠한 판이 아니라 평행하게 배열된 가느다란 콜라겐 섬유와 그 사이의 액체로 이루어진 ‘구조색’ 반사체다. 반사되는 파장은 섬유의 굵기뿐 아니라 섬유 사이 간격과 배열의 규칙성에 좌우된다. 여름에는 간질액이 비교적 많고 섬유 간격이 넓고 다소 흐트러져, 가시광선의 넓은 범위를 되비추는 옅은 금빛에서 청록빛의 거울처럼 작동한다. 겨울에는 액체 부피가 줄고 섬유가 더 촘촘하고 규칙적으로 모이면서 반사 최고점이 짧은 파장 쪽으로 이동해 휘판이 짙은 파란색으로 보인다.

2013년 연구는 여름에 얻은 순록 눈 6개와 겨울 눈 14개를 비교해 이 차이를 정량화했다. 겨울 휘판에서는 콜라겐 사이 간격이 줄었고 안압은 여름 표본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겨울 내내 크게 열린 동공이 눈 속 액체의 정상적인 배출을 방해해 압력을 높이고, 그 압력이 휘판을 눌러 섬유 간격을 좁힐 가능성을 제안했다. 여름 휘판 표본을 덮개 유리와 추로 누르자 실제로 금빛 반사가 파란빛으로 변했다. 다만 이 실험은 압축이 색을 바꿀 수 있음을 보인 것이지, 살아 있는 순록에서 계절 전환의 모든 단계를 직접 추적한 것은 아니다.

파란 겨울 거울은 단순히 더 많은 빛을 정면으로 튕기는 장치가 아니다. 멀리서 측정한 총반사량은 오히려 여름보다 줄었지만, 짧은 파장의 빛이 조직 안에서 더 많이 산란해 광수용체 주변을 여러 방향으로 지나갈 수 있었다. 망막 전기 반응을 측정한 결과도 겨울 표본의 빛 민감도가 여름 표본보다 높음을 보여 주었다. 희미한 북극 겨울에는 또렷한 윤곽 하나보다 적은 광자를 놓치지 않고 움직임과 대비를 포착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할 수 있다.

그 이득에는 대가가 따른다. 산란이 커지면 한 점에서 온 빛이 망막의 좁은 위치에 정확히 모이지 않아 영상의 선명도, 즉 공간 해상도가 떨어질 수 있다. 밝은 여름에는 금빛 휘판이 빛을 비교적 직접 되돌려 더 선명한 상을 유지하고, 어두운 겨울에는 파란 휘판이 선명도를 일부 포기하는 대신 감도를 높이는 셈이다. 카메라가 어두운 곳에서 감도를 올리면 노이즈나 세부 손실이 커지는 것과 목적은 비슷하지만, 순록은 전자 증폭이 아니라 살아 있는 광학 구조의 간격을 바꾼다.

2022년 후속 연구는 북극의 겨울 박명이 유난히 파란 이유와 휘판의 구조를 함께 분석했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오래 머물 때 긴 대기 경로와 오존 흡수는 내려오는 빛을 청색 쪽으로 치우치게 한다. 연구진은 반사 분광법과 건조 실험을 통해 섬유 사이 액체와 배열이 바뀌면 여름의 금빛·청록빛 반사체가 겨울의 짙은 청색 반사체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광자결정 모형을 제시했다. 순록의 각막과 수정체는 사람이 보지 못하는 근자외선도 통과시키며 망막은 그 영역에 반응하므로, 짧은 파장에 맞춘 겨울 반사는 눈 덮인 환경의 대비를 이용하는 데 보탬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순록이 세상을 계절마다 금색이나 파란색으로 본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휘판의 색은 눈에서 되돌아 나온 빛의 스펙트럼이며, 동물이 실제로 지각하는 색 경험과 같지 않다. 늑대의 털이나 지의류가 자외선·청색 배경에서 더 어둡게 대비될 수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 있는 생태적 가설이지만, 야생 순록에게 장면을 보여 주고 탐지 성능을 직접 비교한 행동 실험과는 구분해야 한다. 표본 수와 사후 조직 측정이라는 제한도 결과를 해석할 때 남는다.

순록 눈의 계절 변화는 환경 적응이 반드시 새로운 기관을 만드는 방식으로만 일어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같은 콜라겐 반사층에 들어 있는 액체의 양과 섬유 사이 나노미터 규모의 간격만 달라져도 밝은 여름용 거울과 어두운 겨울용 거울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북극의 빛이 바뀌면 눈 속 구조색도 함께 바뀌고, 그 변화는 선명도와 감도 사이의 균형을 다시 맞춘다. 겨울의 파란 눈빛은 장식색이 아니라 제한된 광자를 더 오래 붙잡기 위한 가변형 광학 장치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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