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기러기·펠리컨·따오기처럼 몸집이 큰 일부 철새가 V자로 나는 주된 이점은 앞새의 날개 끝 바깥에서 위로 흐르는 공기를 뒷새가 이용해 몸을 떠받치는 데 필요한 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뒷새는 앞새의 바로 뒤가 아니라 뒤쪽 옆으로 비켜 서고, 날갯짓 시점까지 소용돌이의 움직임에 맞춘다. V자는 단순히 앞새가 바람을 모두 막아 주는 자전거식 ‘바람막이’가 아니라 움직이는 날개 후류를 공간과 시간에 맞춰 타는 대형이다.
새의 날개가 양력을 만들면 공기를 아래쪽으로 밀어 보낸다. 길이가 유한한 날개에서는 아래쪽의 높은 압력 공기가 날개 끝을 돌아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며 양쪽 뒤에 회전하는 날개끝 소용돌이를 남긴다. 두 소용돌이 사이에는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흐름인 하강류가 있고, 각 소용돌이의 바깥쪽에는 공기가 올라가는 상승류가 생긴다. 바로 뒤에 붙으면 불리한 하강류를 만나지만, 날개 끝의 뒤·바깥쪽에서는 상승류가 이웃 새의 날개를 조금 더 받쳐 줄 수 있다.
그 상승류에 놓인 새는 같은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야 할 양력과 유도동력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비행 중 날개로 공기를 아래로 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생기는 저항을 유도항력이라고 하는데, 대형 비행은 이 비용을 이웃의 후류로 나누는 방식에 가깝다. 앞새를 정면으로 따라가면 공기가 거칠고 내려가므로 효율이 떨어지고, 너무 멀리 옆으로 벌어지면 상승류가 약해진다. 각 새가 앞새의 뒤쪽 옆에 자리를 잡으면 그 선택이 연속되어 두 갈래 사선, 즉 V 모양이 나타난다.
하지만 소용돌이는 하늘에 고정된 경사로가 아니다. 앞새가 날개를 올리고 내릴 때 후류도 물결치며 위치와 세기가 바뀐다. 2014년 북부민머리따오기 편대에 위치·가속도 센서를 달아 조사한 연구에서는, 새들이 유리한 상승류 구역에 놓일 뿐 아니라 옆새와의 앞뒤 거리에 따라 날갯짓 위상을 바꾸는 모습이 관찰됐다. 날개 끝 경로가 소용돌이의 상승 부분을 지나도록 박자를 맞추고, 불리한 하강 부분에 가까워지면 다른 위상을 택했다. 정확한 편대에는 간격만 아니라 타이밍도 필요한 셈이다.
에너지 이점은 몸 안의 지표에서도 확인됐다. 2001년 연구진은 초경량 항공기를 따라 V자로 날도록 훈련된 큰흰펠리컨의 심박수와 날갯짓 빈도를 기록했다. 펠리컨은 편대에서 혼자 날 때보다 날개를 덜 자주 치고 더 오래 활공했으며, 심박수로 추정한 에너지 소비도 낮아졌다. 이 실험은 ‘그럴듯한 공기역학 모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유 비행하는 큰 새가 실제로 이웃의 후류에서 생리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고 V 안의 모든 자리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맨 앞새는 앞에서 만들어진 상승류를 받을 수 없고, 각 뒷새가 얻는 이점도 옆 간격과 앞뒤 거리, 날갯짓 박자, 바람과 난류에 따라 달라진다. 야생 무리에서 선두가 바뀌는 모습은 관찰되지만, 모든 종이 공평한 순번표를 운영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개체는 계속 위치를 조정하고 대형은 늘 완벽한 기하학적 V가 아니라 한쪽 팔이 길거나 줄이 휘어진 형태가 될 수 있다.
시야와 의사소통도 보조 이점일 수 있다. 뒤쪽 옆으로 비켜 서면 앞새와 주변을 보기 쉽고 충돌을 피하며 방향 변화를 전달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V자의 공기역학적 이점을 설명하는 증거가 있다고 해서 모든 울음소리와 자리 교환을 에너지 절약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무리는 항법, 포식자 회피,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다루며, 어느 기능이 중요해지는지는 종과 이동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모든 철새가 V자로 날지 않는다. 긴 날개와 큰 몸을 가진 새는 양력을 만드는 데 드는 유도동력의 비중이 크고 서로의 후류를 이용할 수 있는 간격을 유지하기 쉬워 편대 이득이 두드러질 수 있다. 작은 새들은 촘촘한 무리, 느슨한 떼, 한 줄 또는 단독 비행을 택하기도 한다. 비둘기처럼 급격히 방향을 바꾸는 조밀한 무리에서는 이웃을 피하고 기동하는 비용 때문에 날갯짓이 오히려 늘 수 있다. ‘무리 비행은 언제나 에너지를 아낀다’는 일반화는 맞지 않는다.
하늘의 V는 따라서 고정된 상징이 아니라 여러 새가 앞새의 후류에서 유리한 작은 자리를 계속 찾은 결과다. 날개는 뒤에 하강류와 상승류가 함께 든 소용돌이를 남기고, 뒷새는 상승 쪽에 비켜 서며 날갯짓 위상을 조절한다. 이 정렬이 잘 맞으면 장거리 이동에서 날개와 심장이 치러야 할 비용이 줄어든다. V 모양 자체가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이 각 새를 움직이는 공기 속의 유리한 위치에 반복해서 놓아 주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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