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플라밍고의 분홍빛은 먹이에서 옵니다. 이 새는 조류와 작은 갑각류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먹고, 몸에서 처리한 색소를 피부와 새로 자라는 깃털에 쌓습니다. 그래서 선명한 분홍색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페인트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만들어지는 색입니다.
갓 부화한 새끼는 흰색이나 회색의 솜털을 지니고 부리도 곧습니다. 자라면서 성체의 깃털로 바뀌고, 색소가 충분히 공급되면 수년에 걸쳐 분홍빛이 뚜렷해집니다. 어린 플라밍고가 회갈색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종이어서가 아니라 깃털과 먹이의 변화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카로티노이드는 식물과 조류가 만드는 노랑·주황·붉은 계열의 분자입니다. 플라밍고는 얕은 물에서 미세 조류를 직접 걸러 먹기도 하고, 그 조류를 먹어 색소를 몸에 축적한 브라인슈림프 같은 작은 갑각류도 먹습니다. 빗살 같은 구조가 있는 굽은 부리와 혀를 펌프처럼 움직여 물은 내보내고 먹이는 붙잡습니다.
소화된 카로티노이드는 그대로 깃털에 묻는 것이 아닙니다. 몸속에서 흡수되고 대사된 뒤 일부 색소가 피부와 깃털이 만들어지는 부위로 운반됩니다. 깃털은 자라는 동안 색소를 받아들이므로, 이미 완성된 깃털의 색을 안에서 계속 다시 칠하는 방식과는 다릅니다.
모든 플라밍고가 같은 분홍색인 것도 아닙니다. 여섯 종은 먹이와 서식 환경이 다르고, 개체의 영양 상태와 나이도 색의 농도에 영향을 줍니다. 아메리카홍학은 짙은 분홍이나 붉은빛이 두드러질 수 있는 반면 큰홍학은 대체로 더 옅습니다. 색 하나만으로 건강이나 종을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동물원에서는 플라밍고를 인위적으로 물들이는 대신, 종에 맞는 영양과 카로티노이드 공급원을 포함한 먹이를 제공합니다. 자연 먹이와 색소 구성이 다른 식단만 주면 새로 나는 깃털이 옅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색소만 많이 넣는다고 좋은 사육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한 전체 영양 균형이 우선입니다.
깃털은 닳고 빠진 뒤 새로 나기 때문에 분홍빛도 먹이와 털갈이의 영향을 계속 받습니다. 결국 플라밍고의 색은 조류가 만든 색소가 작은 먹잇감을 거쳐 새의 몸으로 이동한 기록입니다. 분홍빛 깃털은 플라밍고의 몸이 혼자 만들어 낸 물감이라기보다 먹이사슬이 남긴 눈에 보이는 흔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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