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에게는 보통 어떤 번호를 골랐는지 묻게 된다. 볼테르에게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도대체 몇 장을 샀느냐는 것이다. 1729년, 이 프랑스 작가는 수학자와 동료들을 모아 복권을 사들였다. 한 장이 당첨되기를 기도하기보다, 당첨될 표들을 자기들 손에 넣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복권은 오늘날 편의점에서 사는 복권과 달랐다. 파리 시의 채권을 가진 사람만 참여할 수 있었다.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을 권리를 적은 증서다. 당시 당국은 추첨을 이용해 이 채권들을 갚으려 했다. 채권 보유자는 자신이 가진 채권 금액에 비례하는 값을 내고 추첨권을 샀고, 당첨되면 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보탠 돈이 문제의 틈을 만들었다. 볼테르와 수학자 샤를 마리 드 라 콩다민이 주목한 것은 행운의 번호가 아니라, 표를 사는 비용과 추첨으로 풀리는 돈의 관계였다. 표를 충분히 모으면 돌아오는 돈이 지출보다 많아질 수 있었다. 한 사람이 하기에는 벅차도 여럿이 돈을 모으면 시도할 만했다.
볼테르는 훗날 이 일을 짧게 회고했다. 모든 표를 사들인 집단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복권이 설계돼 있었고, 자신은 여러 사람과 손을 잡았다는 설명이었다. 성공한 추첨 기록에도 같은 이름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당첨 때마다 새로운 행운아가 생기기를 기대했던 제도가, 돈과 표를 모은 집단에 되풀이해서 돈을 내주는 셈이 됐다.
그렇다고 볼테르가 추첨 기계를 조작하거나 번호를 미리 알아낸 것은 아니다. 핵심은 추첨의 결과를 맞히는 데 있지 않았다. 어느 표가 뽑히든 자기편이 가진 표라면 된다는 발상이었다. 다만 남은 기록만으로 표를 확보하고 자금을 나눈 모든 과정을 복원할 수는 없다. 후대에 전해지는 간단한 ‘필승 공식’보다 실제 운영은 복잡했을 것이다.
당국도 계속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재정을 맡은 관리가 이들의 행동을 문제 삼았지만, 규칙을 어겼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추첨을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라 참여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결국 당국은 규정을 바꾸고 이 복권을 끝냈다.
볼테르는 이 일로 상당한 돈을 얻었지만, 돈벌이를 졸업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른 투자도 이어갔다. 영국에서 돌아온 작가는 역사서를 쓰고 연금을 되찾으려 애쓰면서, 유리한 돈벌이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 쓰는 일과 돈을 계산하는 일이 그의 생활에서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볼테르는 추첨 날 운이 좋아지기를 기다린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당첨될 표를 고를 때, 그는 표를 파는 쪽이 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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