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 마술사 해리 후디니가 석판을 들고 나왔다. 의원에게 판을 확인하게 하고, 다른 의원에게는 사전 사이에 카드를 끼워 넣게 했다. 잠시 뒤 석판에는 카드가 들어간 쪽수와 그 페이지의 단어가 나타났다. 죽은 사람의 도움으로 알아낸 것처럼 보이는 공연이었다. 후디니는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말해 두었다. 이것은 속임수라고.

그가 의회를 찾은 것은 마술 공연을 수주하려는 일이 아니었다. 워싱턴에서 돈을 받고 점을 치거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내세워 재산을 빼앗는 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안 때문이었다. 법안을 낸 솔 블룸 의원은 처음에 자기 설명이 20분쯤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실제 청문회는 2월과 5월에 걸쳐 나흘이나 열렸다.

후디니에게는 무대와 강령회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마술을 보러 온 관객은 자신이 속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즐긴다. 하지만 죽은 가족의 말을 듣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은 그 말이 진짜이기를 바란다. 후디니는 똑같은 놀라운 현상을 손기술과 사전 정보로 만들어 보이면, 적어도 그것을 영혼의 증거로 내세울 수는 없다고 보았다.

석판 시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디니는 플로렌스 칸 의원에게 메시지를 건넸다. 조지 워싱턴을 영혼의 안내자로 불렀다가, 이번에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이름이 붙은 말을 전했다. 최근 중요한 편지를 받았느냐는 물음에 칸은 그런 편지가 예순여덟 통이나 된다고 대답했다. 청문회 기록에는 웃음과 박수가 끼어 있다.

의원들이 방법을 설명하라고 하자 후디니는 마술사의 비밀을 공개하는 문제를 잠깐 언급한 뒤, 상대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고 추측을 섞었다고 설명했다. 누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방청하던 영매 쪽에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왔다. 지금 후디니 자신이 영적인 능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시연자가 속임수라고 설명해도, 보는 사람이 꼭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5월의 청문회에는 후디니를 도와 영매들을 조사하던 로즈 매켄버그도 나왔다. 손님처럼 찾아가 들은 말을 증언하자, 지목된 사람들이 현장에서 부인하며 맞섰다. 백악관에서도 강령회가 열렸다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소란은 더 커졌다. 백악관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부터 서로 다퉜고, 의원들은 질서를 잡으려 애썼다.

영매와 심령주의자들에게는 생업뿐 아니라 신앙이 걸린 문제였다. 법안을 지지하는 쪽은 사기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반대하는 쪽은 자기들의 믿음을 법으로 억누르려 한다고 받아들였다. 후디니가 판과 나팔을 꺼내 신기한 현상을 재현할수록, 그것으로 어디까지 증명할 수 있느냐는 다툼도 이어졌다.

결국 법안은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자물쇠를 열고 수갑을 벗는 데 익숙한 후디니에게도 이 방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그가 남긴 청문회 기록에는 트릭을 보여 주는 마술사와, 그 트릭의 뜻을 놓고 끝내 합의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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