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가 하와이에서 처음 서핑에 나섰을 때, 보드는 주인보다 먼저 해변으로 향했다. 파도가 덮치면서 몸과 보드가 떨어졌고, 크리스티는 바닷물을 삼킨 채 뒤를 쫓아 헤엄쳐야 했다. 남편도 사정은 비슷했다. 남아프리카에서 서핑을 해 봤다는 자신감만으로 들어가기에는 그날의 바다가 너무 거칠었다.

1922년, 크리스티는 남편 아치와 긴 해외여행 중이었다. 영국에서 열릴 대영제국 박람회를 홍보하는 순회단에 남편이 참여하면서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두 살배기 딸은 언니에게 맡겼다. 훗날 전 세계 독자에게 범인을 맞혀 보라고 할 작가는, 이 여행에서 자신이 처음 해 보는 일들을 잇달아 만났다.

서핑도 그중 하나였다. 남아프리카의 뮈젠버그에서는 보드에 엎드려 파도를 탔다. 얇고 가벼운 나무판이라 들고 다니기 편했고, 익숙해지고 나니 틈이 날 때마다 바다로 돌아갔다. 몇 달 뒤 하와이에 도착했을 때도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같은 서핑이라는 이름 아래 장비부터 달랐다. 하와이의 보드는 크고 무거웠다. 영국 서핑 박물관에 따르면 당시 쓰던 것은 오늘날의 가벼운 보드와 달리 속이 꽉 찬 긴 나무판이었다. 파도를 타고 돌아오기 전에 그 판을 데리고 바깥까지 나가야 했고, 한번 놓치면 다시 찾아오는 일도 운동이었다. 해변에서 멋있어 보이던 장면 앞에는 잘 보이지 않던 수고가 있었다.

크리스티는 자서전에서 처음 며칠은 아픈 일이 더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가끔 파도를 제대로 잡으면 그 고생을 잊을 만한 순간이 왔다. 현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좋은 파도를 골라 출발할 때를 알려 주면서 조금씩 요령을 익혔다. 무작정 기다리다가 아무 파도나 잡는 것과는 달랐다.

이제 엎드려 타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파도를 타기 시작하면 무릎을 세우고, 거기서 몸을 일으키는 연습을 했다.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가 다시 도전했다. 열흘쯤 지나 시작한 이 연습 끝에, 마침내 보드 위에 선 채 해변까지 들어왔다. 크리스티가 오래 기억한 것은 그때의 성취감이었다.

여행의 이런 모습은 책상 앞의 추리소설가라는 익숙한 모습과 꽤 다르다. 당시는 이미 첫 소설이 나온 뒤였지만,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는 먼 나라의 풍경과 여행 중 생긴 일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훗날 손자 매슈 프리처드가 그 편지와 사진들을 모아 《그랜드 투어》로 엮었다. 여행자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사진 속 크리스티는 수영복 차림으로 커다란 보드 곁에 서 있다. 범죄 현장을 내려다보는 명탐정의 여유와는 다른 종류의 자신감이다. 바다에 떨어지는 초보 시절을 지나, 이제는 파도를 타고 서서 돌아올 수 있게 된 사람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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