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 토머스 딤즈데일이 러시아로 간 것은 여제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직 천연두에 걸리지 않은 예카테리나 2세에게 천연두를 접종하기 위해서였다. 잘되면 무서운 전염병을 피할 수 있었다. 잘못되면 외국에서 온 의사가 여제를 죽인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1768년의 일이다. 당시 천연두를 예방하는 인두법은 사람에게서 얻은 병의 물질을 이용해 비교적 가볍게 앓고 지나가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훗날 우두를 이용한 종두법이나 오늘날의 백신과는 달랐다. 예방을 위해 병을 일부러 들인다는 점 때문에, 접종을 결정하는 사람에게도 시행하는 의사에게도 부담이 컸다.
딤즈데일은 이미 영국에서 경험과 명성을 쌓은 의사였다. 쉰여섯 살에 가족과 진료 기반을 두고 먼 러시아까지 갈 이유가 처음부터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한 차례 사양했지만 거듭된 권유를 받고, 의학을 공부하던 아들 너새니얼과 함께 길을 나섰다. 러시아 궁정에서는 좋은 숙소와 마차를 제공했다. 대접이 극진하다고 맡은 일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정작 환자가 될 여제는 접종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아들 파벨도 보호하고 싶었고, 먼저 자신이 접종을 받아 본보기를 보이려 했다. 딤즈데일은 궁정 의사들의 도움을 청했지만, 여제는 그들에게 인두법 경험이 없으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의사에게 보내는 신뢰는 컸다. 그만큼 의사가 나눠 질 수 있는 책임은 적었다.
딤즈데일이 남긴 글에는 불안이 드러난다. 궁정의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걱정 때문에 즐기지 못한다고 했다. 역사가 루시 워드가 조사한 기록에 따르면, 여제는 일이 잘못됐을 때 그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핀란드만에 배까지 준비하게 했다. 성공했을 때 받을 보상만 약속한 초청은 아니었다. 실패했을 때 살아 돌아갈 길도 마련한 것이다.
접종은 밤에 조용히 진행됐다. 이후 여제는 여름 궁전으로 옮겼고 딤즈데일이 경과를 살폈다. 즉시 성공을 선언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몸이 어떻게 반응하고 회복하는지 기다려야 했다. 그가 나중에 남긴 기록에는 여제가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하자 가슴을 짓누르던 걱정이 풀렸다는 안도가 담겨 있다.
다음에는 파벨이 접종을 받았고, 그 역시 회복했다. 처음에 비밀로 진행한 일은 이제 공개적인 축하의 이유가 됐다. 감사 예배가 열렸고 딤즈데일은 남작 작위와 상금, 연금을 받았다. 그와 아들은 러시아에 더 머물며 다른 사람들의 접종도 도왔다.
딤즈데일은 탈출용 배에 급히 오르는 대신, 훗날 다시 러시아로 초대받았다. 1781년에는 여제의 손자들을 접종하기 위해서였다. 첫 방문 때 그에게 맡겨졌던 왕실의 다음 세대가, 이번에는 또 다른 세대를 맡긴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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