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가 강연장에 나타났을 때, 그의 차림은 바다로 들어갈 사람에 가까웠다. 둥근 금속 헬멧과 무거운 잠수복을 갖춰 입고, 손에는 당구 큐와 개 두 마리의 목줄을 들었다. 그가 향한 곳은 런던의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회 연단이었다. 1936년 7월 1일이었다.

잠수복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달리는 인간의 무의식 깊숙이 들어가는 일을 이야기하려 했다. 마음속으로 내려가는 탐험을 눈앞에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강연장에 잠수부 차림으로 등장했다.

전시회 자체도 점잖은 그림 감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얼굴을 온통 꽃으로 가린 여성이 트라팔가 광장에 등장했고, 전시장에서는 의족을 들고 돌아다녔다. 공연자 실라 레그가 선보인 ‘초현실주의의 유령’이었다. 그림 속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전시장 밖까지 나와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달리의 잠수복도 하나의 볼거리로 시작됐다. 다만 옷을 입는 순간부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회고에 따르면 신발의 납 밑창이 너무 무거워 다리를 옮기기 어려웠고, 연단에 오르는 데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무의식으로 내려가기 전에 무대까지 가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연단에 올라서는 헬멧을 씌우고 나사를 단단히 잠갔다. 이제 달리의 얼굴은 유리창 너머에 있었다. 그 앞에 마이크를 대고 강연을 시작했지만, 금속 헬멧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강연을 돕던 후원자 에드워드 제임스는 통역까지 맡고 있었다. 그런데 준비할 시간도 넉넉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소개문에서 그는 강연의 첫 부분을 전날 밤 11시 반에야 받아봤다고 양해를 구한다. 늦게 받은 원고에, 듣기 어려운 목소리까지 더해진 셈이었다.

곧 달리에게는 말이 안 들리는 것보다 더 급한 문제가 생겼다. 숨을 쉬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는 훗날 입을 벌리고 헐떡였으며 얼굴이 붉어졌다가 파랗게 변했다고 회고했다. 공기 공급 장치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남겼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관객 가운데는 이 모습도 공연의 일부로 여긴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달리는 헬멧에서 나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헬멧을 벗는 일도 간단하지 않았다. 머리 위에 얹은 모자를 벗듯 들어 올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조금 전 단단히 잠근 장비를 풀어야 했다. 제임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달리를 꺼내려고 연단으로 뛰어올랐다. 결국 스패너로 헬멧을 풀어 달리를 꺼냈다.

헬멧을 벗고 숨을 돌린 달리는 강연을 계속했다. 이번에는 슬라이드로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도 평범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남아 있는 강연 번역문에서 달리는 유리문이 달린 옷장을 조금씩 먹어치웠다는 철학 학생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고는 현실의 세계에 구멍을 내는 방법을, 그 세계를 먹어버리는 일과 연결한다.

마지막까지 강연은 매끄럽지 않았다. 슬라이드는 옆으로 돌아가거나 거꾸로 비쳤다. 한 보도에 따르면 달리는 잘못 비친 그림을 보고도 ‘상관없다’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편집 책임

팩토스브레인 편집부

이 기사는 팩토스브레인 편집부가 자료를 검토하고 편집 원칙에 따라 작성·검수했습니다. 오류 제보는 정정 정책에 따라 확인합니다.

편집부 소개오류 제보 및 정정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