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를 두기 전에, 흥행사는 기계의 문부터 열었다. 나무 상자 안에는 톱니바퀴와 지렛대가 빽빽했다. 뒤쪽 문도 열고 촛불을 비춰 앞뒤로 빛이 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칸과 서랍까지 차례로 공개하고 나면, 관객은 내부를 충분히 봤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런데 바로 그 상자 안에 체스를 둘 사람이 숨어 있었다.
상자 위에는 체스판이 놓였고, 그 뒤에 터번을 쓴 사람 크기의 인형이 앉아 있었다. 18세기 발명가 볼프강 폰 켐펠렌이 만든 ‘터크’였다. 인형은 팔을 움직여 말을 집고 상대의 수에 응수했다. 정해진 동작을 되풀이하는 장난감과는 달랐다. 관객이 어떤 수를 두든 다음 수가 나왔고, 도전자가 지는 일도 있었다. 눈앞의 기계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켐펠렌이 세상을 떠난 뒤 장치를 사들인 요한 멜첼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공연했다. 1836년 에드거 앨런 포가 남긴 글에는 그 공연의 순서가 자세히 담겨 있다. 인형은 바퀴 달린 상자와 함께 굴러 나왔다. 관객은 바닥과 상자 사이도 볼 수 있었다. 바닥 밑에 누군가 숨어 손을 뻗고 있다는 설명은, 장치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 순간 설득력을 잃었다.
포가 특히 눈여겨본 것은 문을 여는 순서였다. 한 칸의 앞뒤를 보여준 다음 뒤쪽 문을 닫고, 그제야 다른 칸을 열었다. 관객에게는 모든 곳을 본 기억이 남지만, 실제로 모든 곳을 한꺼번에 보고 있는 순간은 없었다. 그 틈에 안의 사람이 몸을 옮긴다면 어떨까. 포는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결론을 세우고, 몸과 다리를 어느 공간으로 옮길 수 있을지 따져봤다.
숨은 사람을 생각해내는 것과 장치를 완전히 해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포는 조종자가 인형의 옷감 너머로 체스판을 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내부에서 수를 파악하는 데 쓰인 것은 자석이었다. 체스 말이 옮겨지면 판 아래의 표시도 달라져,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 위에서 보면 평범한 체스판이 아래에서는 경기 상황을 전해주는 장치였던 셈이다.
다음 문제는 말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좋은 수를 생각해내도 인형의 손이 엉뚱한 칸으로 가면 소용없다. 안의 사람은 연결된 기구로 인형의 팔과 손가락을 조종했다. 독일 하인츠 닉스도르프 박물관이 훗날 작동하는 복제품을 만들 때도 이 부분에 공을 들였다. 연구진은 지렛대를 연결해 안쪽의 움직임을 바깥 팔로 전달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비밀을 알아도 단순히 사람 하나를 상자에 넣는 것만으로 공연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포가 본 공연에는 실수도 있었다. 인형의 손이 체스 말을 제대로 잡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러면 손은 빈 채로 원래 가려던 칸까지 움직였다가 돌아왔다. 멜첼은 그 동작이 가리킨 수를 대신 실행했다. 관객 앞에서는 기계의 손재주가 잠깐 어긋난 장면이었겠지만, 게임은 계속될 수 있었다. 흥행사는 기계를 소개하는 사람인 동시에 경기를 이어주는 사람이었다.
상대와 인형은 떨어진 두 체스판을 사용하기도 했다. 멜첼은 한쪽에서 둔 수를 다른 쪽에 옮기며 오갔다. 그가 기계 근처에서 손을 대거나 발을 움직이면 그것도 관찰거리가 됐다. 바깥에서 몰래 조종하는 것인지, 안에 사람이 든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정교한 자동 장치인지. 대국을 보는 일과 속임수를 찾는 일이 같은 공연에서 벌어졌다.
포의 글을 모든 비밀을 정확히 푼 해설서로 읽을 수는 없다. 그는 기계라면 언제나 이겨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다만 문을 하나씩 여는 시범을 다시 따라가며, ‘전부 봤다’는 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핀 대목은 이 공연의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상자 안을 공개하는 절차 자체가 사람을 감추는 데 쓰이고 있었다.
원래 터크는 1854년 필라델피아의 박물관 화재로 소실됐다. 훗날 복제품을 만든 연구진에게 정확한 설계도가 남아 있지 않았던 까닭에, 손으로 체스 말을 집게 하는 문제부터 다시 풀어야 했다. 한때 관객은 기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했다. 그것을 다시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을 맡을 사람은 이미 있으니, 그 사람이 들키지 않고 인형의 손을 움직이게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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