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울 수 없다는 말을 들은 학생이 곰을 데려왔다. 1807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벌어진 일이다. 학생은 열아홉 살의 바이런이었다. 훗날 유명한 시인이 될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남들이 쉽게 떠올리지 못할 선택을 했다. 개 한 마리를 막았더니 훨씬 큰 동물이 들어온 셈이었다.
곰을 데려다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질문도 받았다. 바이런의 대답은 이랬다.
“펠로 선발에 응시하게 할 생각입니다.”
펠로는 칼리지의 학술 구성원이다. 곰을 대학에 들인 것도 모자라 학자로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바이런은 이 대답을 들은 사람들이 반기지 않았다고 적었다. 누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길게 묘사하지는 않았다. 상대의 반응은 그 한마디면 충분했던 모양이다.
정작 바이런에게 곰은 골치 아픈 동물이 아니었다. 그해 10월, 친구 엘리자베스 피곳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새 친구’를 사귀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친구라는 소개 뒤에 정체를 밝혔다. 길들인 곰이었다. 대학에 곰을 데려온 일이 그의 편지에서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으로 전해졌다.
바이런이 어디서 곰을 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케임브리지대는 당시 열리던 스투어브리지 장터에서 샀을 가능성을 소개한다. 구입 과정은 희미하지만, 그 뒤에 곰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자신의 편지에 또렷하게 남았다. 친구로 소개했고, 장래에는 학술 자리까지 마련해 줄 생각이었다.
이 곰은 이듬해 바이런의 편지 밖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다만 등장한 곳은 학자 명단이 아니라 풍자 잡지였다.
《새터리스트》에는 ‘바이런 경이 자기 곰에게’라는 제목의 패러디 시가 실렸다. 바이런의 시를 흉내 내 그가 곰에게 애틋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꾸민 글이었다. 마지막 대목에서는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귀족과 속박당한 곰의 고통을 나란히 놓았다. 주인이 느끼는 괴로움을 곰도 느낄 수 있다는 식이었다.
같은 잡지의 시집 리뷰에도 곰이 따라붙었다. 글은 바이런을 ‘곰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으로 부르며 비꼬았다. 시를 평가하는 지면에서 시인의 반려동물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대학에 데려온 곰 한 마리가 그의 작품을 놀리는 데에도 쓸 만한 소재가 되어 있었다.
바이런도 곰을 논쟁에서 빼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곰의 편에 서서 비평가에게 응수했다.
1809년, 자신의 풍자시에 붙인 후기에서 그는 휴슨 클라크가 자신을 싫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썼다. 그러고는 다른 이유가 없다면 클라크가 곰과 사적으로 다툰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시를 놓고 싸우던 비평가에게 느닷없이 곰과의 관계를 따져 물은 것이다.
바이런은 자신을 공격한 일보다 더 나쁜 것은 곰까지 공격한 일이라고 했다. 곰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는 무고한 존재였다. 글로 싸울 수 없는 친구를 위해 주인이 대신 나선 모양새였다.
곰의 학자 꿈도 여기서 다시 등장했다. 바이런에 따르면 곰이 펠로가 되지 못한 것은 트리니티 동료들의 질투 때문이었다. 실제 선발 결과를 설명한 말은 아니다. 처음에는 학자로 만들겠다던 곰을, 이번에는 동료들의 시기에 가로막힌 억울한 후보로 내세운 농담이었다.
그는 자신과 자기 것을 논평한 사람들을 거론하면서 ‘자기 것’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했다. 자신의 곰과 자신의 책이었다.
대학 밖에서 곰과 함께 지내던 모습은 친구의 편지에도 남아 있다. 1809년, 찰스 스키너 매슈스는 바이런의 저택 뉴스테드 애비에 머문 뒤 여동생에게 그곳 생활을 전했다. 오래된 수도원 건물을 물려받은 집이었다. 일부는 무너지고 일부는 수리가 필요했지만, 안에 모인 젊은이들은 즐길 거리를 잘도 찾아냈다.
이 집에서는 평균적으로 오후 한 시에 일어났다. 매슈스는 오전 열한 시에서 열두 시 사이에 일어났는데, 그것만으로 일행 가운데 가장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찍 일어나기의 신동 취급을 받았다고 썼다.
오후 두 시가 지나서야 아침 식사 자리가 끝나는 날도 있었다. 그 뒤에는 독서와 검술, 승마와 크리켓, 호수에서 배 타기가 이어졌다. 그 여러 놀이 사이에 곰과 노는 일도 들어 있었다. 대학에서는 무엇에 쓸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았던 곰이, 바이런의 집에서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매슈스는 이 별난 집을 찾아갈 사람에게 익살스러운 길 안내도 남겼다. 반드시 밝은 낮에, 눈을 똑바로 뜨고 가라는 것이었다. 현관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잘못 들어서면 곰에게 붙잡힌다고 했다.
왼쪽으로 가면 사정은 더 나빴다. 그쪽에는 늑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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