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거실에 서 있다. 문밖에서 고개만 들이민 것이 아니라 네 발로 집 안에 들어와 있다. 그 앞에는 이젤을 세워놓은 남자가 앉아 있다. 로드 버너스가 손님의 말 모티를 그리는 사진이다. 모티의 주인 페넬로피 베처먼도 말 곁에 앉아 있다.
모티는 차 대접까지 받은 말로 기억된다. 장소는 영국 패링던의 버너스 저택이었다. 말이 들어와 있는 사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크기지만, 그다음에는 주변이 보인다. 벽의 거울과 장식등, 바닥의 무늬 있는 양탄자가 그대로다. 마구간에 찻자리를 꾸민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그림을 그리던 방에 말이 들어온 것이다.
버너스는 작곡가이면서 화가이자 작가였다. 손님을 놀라게 할 재주만 있었던 주인은 아니었다. 음악을 쓰고 무대의 의상과 배경을 만들었으며, 자기 친구들이 알아볼 법한 인물들을 소설에 넣었다. 사람을 초대하는 일과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그의 생활에서 자주 겹쳤다.
1930년대 그는 젊은 연인 로버트 히버퍼시와 이 집에서 살았다. 히버퍼시는 ‘매드 보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저택과 정원을 함께 꾸려가는 두 사람의 주변으로 작가와 음악가, 화가들이 찾아왔다. H. G. 웰스와 살바도르 달리, 낸시 미트퍼드 같은 이름이 그 방문객들 사이에 있었다.
집 밖에서도 버너스의 취향을 알아볼 수 있었다. 비둘기의 깃털을 분홍색을 비롯한 여러 색으로 물들였다. 히버퍼시의 손녀인 작가 소프카 지노비예프는 훗날 저택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색을 입힌 비둘기들이 남아 있었다고 썼다. 정원의 장식물이 날개를 달고 움직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이렇게 볼거리 많은 집은 손님들에게 창작할 자리도 됐다. 안무가 프레더릭 애슈턴과 지휘자 콘스턴트 램버트는 버너스의 저택에서 주말을 보내며 새 발레의 줄거리를 함께 구상했다. 그 작품이 1937년에 처음 무대에 오른 ‘웨딩 부케’였다.
이 발레의 출발점에는 또 다른 방문객 거트루드 스타인의 글이 있었다. 버너스는 스타인의 희곡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과 디자인을 맡았다. 애슈턴은 안무를 짰다. 저택에 모인 예술가들의 이름은 손님 명단으로 끝나지 않고, 한 공연을 만드는 역할로 이어졌다.
공연 속 결혼식은 조용하게 끝나지 않는다. 신랑의 과거가 드러나고, 손님은 술에 취하고, 얽혀 있던 관계가 잔치를 어지럽힌다. 스타인의 말은 처음에는 합창단이 불렀다. 무대에는 버너스가 만든 음악뿐 아니라 그가 디자인한 의상과 배경도 올라갔다. 집 안으로 말을 들여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극장에서는 결혼식 전체를 꾸민 셈이었다.
집주인 자신도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들어갔다. 낸시 미트퍼드는 소설 ‘사랑의 추구’의 멀린 경을 버너스를 바탕으로 그렸다. 멀린 경에게도 언덕 위의 장식 탑과 색을 입힌 비둘기들이 있었다. 버너스가 실제로 꾸민 생활의 일부가 소설 속 저택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탑은 소설 밖에서도 세워졌다. 버너스가 건축가 제럴드 웰즐리에게 맡겨 1935년 패링던 언덕에 올린 벽돌 탑이다. 버너스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자기 사진을 장난스럽게 바꾸는 일도 즐겼다. 남아 있는 엽서에서는 그가 날개 달린 천사로 변해 탑 앞에 서 있다.
편집 책임
팩토스브레인 편집부
이 기사는 팩토스브레인 편집부가 자료를 검토하고 편집 원칙에 따라 작성·검수했습니다. 오류 제보는 정정 정책에 따라 확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