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홀먼이 베수비오 화산에서 가져온 기념품은 끝이 그슬린 지팡이였다. 안내인이 지팡이를 불꽃 쪽으로 뻗자 아랫부분이 탔다. 홀먼은 그것을 간직했다고 여행기에 적었다. 그는 화산에 올라가면서도 그 불꽃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여행자였다.

홀먼은 영국 해군 장교로 복무하다 병을 얻었고, 스물다섯 살 무렵 시력을 잃었다. 이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다녔다. 나폴리에 머물 때에는 베수비오에 가겠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산행을 말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올라가느냐고 묻자, 그들은 길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홀먼은 자신은 길을 더듬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지팡이는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홀먼은 두드리는 소리의 메아리를 이동에 이용했다. 가까운 것을 만져 살피고,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설명해주는 말을 들으며 정보를 모았다. 산에서도 안내를 받았지만, 가능한 부분은 자신의 몸으로 알아보려 했다.

여행기에 따르면 홀먼은 친구와 함께 오후에 나폴리를 출발했다. 산 아래에서 현지 안내인을 구한 뒤 오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사람을 상당한 높이까지 데려다줄 당나귀가 있었다. 홀먼 일행은 걷기로 했다. 길이 어떤지 더 정확히 알고 싶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걷기 괜찮던 길이 점점 험해졌다. 높은 곳에서는 화산이 뿜어낸 가벼운 재 사이에 날카로운 돌들이 섞여 있었다. 홀먼을 자꾸 멈추게 한 것은 재였다. 신발 안으로 들어온 알갱이가 발을 자극해, 그는 몇 번이나 신발을 벗고 털어야 했다. 산길은 눈앞의 경치에 앞서 발밑의 불편함으로 기록에 남았다.

불꽃과 유황 기운이 나오는 곳에 이르자 안내인이 그의 팔을 잡았다. 밟고 있는 돌 틈에서는 불과 연기가 올라왔고, 발밑에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홀먼은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생각했다고 썼다. 동시에 조심성 있는 안내인을 따라간다는 믿음도 밝혔다.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발밑이 뜨겁고 유황 기운도 강했다. 더 단단하고 서늘한 곳으로 물러나기 전에 안내인은 홀먼의 지팡이를 불꽃 쪽으로 향하게 했다. 산을 짚으며 올라온 물건에는 이번에는 열이 흔적을 남겼다. 홀먼이 가져간 기념품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그보다 높은 큰 분화구 가장자리까지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안내인은 새벽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데려가지 않겠다고 했다. 달이 지고 있어 더 올라가면 어둠 속에 갇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일정상 기다리기 어려웠던 홀먼 일행은 돌아섰다. 여행기에 남은 산행은 화산의 모든 높은 곳을 밟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길을 더듬어 간다고 해서 만나는 것을 모두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앞서 로마의 바티칸에서 조각상을 감상할 때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홀먼은 작품마다 다가가 설명을 들어야 했다. 손으로 형태를 살펴보는 것은 금지됐고, 방마다 병사가 지키고 있었다. 그는 병사가 등을 돌렸다는 말을 듣고 몰래 만져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여행은 누구를 만나 어떤 설명을 얻을 수 있는지에도 달려 있었다. 홀먼은 훗날 여행기에서 현장에서 끊임없이 묻고,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세부를 설명받았다고 썼다. 직접 느낀 화산의 열기와 다른 사람에게 들은 조각상의 모습은 같은 방식으로 얻은 정보가 아니었다.

모은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데도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홀먼은 여행 중 대략적인 일기를 쓰고 주제별 메모를 모았다. 곁에 받아 적어줄 친구가 있으면 말로 불러주는 편을 택했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직접 쓸 수 있는 장치를 사용했지만, 불러주는 것보다 번거롭다고 했다. 매일 빠짐없이 적은 일기도 아니어서, 기록이 며칠씩 밀리거나 때로는 두 주가 늦어지기도 했다.

홀먼은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여행이 무슨 소용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훗날 《세계 일주 여행기》에서 그 질문에 답하면서, 오히려 여행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되물었다. 어느 여행자가 자신이 쓰는 모든 것을 직접 보는가. 누구든 모은 정보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가.

편집 책임

팩토스브레인 편집부

이 기사는 팩토스브레인 편집부가 자료를 검토하고 편집 원칙에 따라 작성·검수했습니다. 오류 제보는 정정 정책에 따라 확인합니다.

편집부 소개오류 제보 및 정정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