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거미가 자기 거미줄에 붙지 않는 것은 몸 전체가 접착제를 튕겨 내기 때문이 아니라, 줄마다 성질이 다르고 거미가 발톱과 정교한 걸음으로 접촉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원형 그물에서 거미는 주로 끈끈하지 않은 골격실을 밟고, 포획실을 건드려야 할 때도 발끝의 작은 면적만 짧게 댄다. 일부 종의 몸 표면 코팅도 접착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거미를 설명할 수는 없다.

먼저 ‘거미줄은 전부 끈끈하다’는 전제가 틀렸다. 거미는 한 종류의 실만 뽑는 기계가 아니며, 여러 실샘에서 용도에 맞는 단백질 실을 만든다. 안전줄과 그물의 테두리·방사실에는 강하고 비교적 마른 드래그라인 실을 쓰고, 날아드는 먹이를 붙잡는 나선에는 접착성이 있는 실을 쓸 수 있다. 더구나 모든 거미가 원형 그물을 만들거나 물방울 같은 접착제를 쓰는 것도 아니다. 이 질문의 가장 잘 연구된 예는 자전거 바퀴 모양의 그물을 짜는 원형그물거미다.

원형 그물을 보면 중심에서 바깥으로 뻗은 방사실과 테두리가 하중을 받는 골격을 이룬다. 그 위를 감아 도는 포획 나선에는 미세한 접착 방울이 늘어서 있어 곤충의 털과 몸 표면에 달라붙는다. 방사실은 먹이가 부딪힐 때 생긴 진동을 중심으로 전달하고, 거미에게는 이동로가 된다. 즉 그물은 한 장의 균일한 끈끈이판이 아니라, 마른 도로와 접착성 덫을 한 구조 안에 배치한 복합 장치다.

건설 순서도 이 구분을 보여 준다. 거미는 먼저 테두리와 방사실을 만들고, 그 사이를 오가기 위한 넓고 마른 보조 나선을 놓는다. 마지막에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움직이며 보조 나선의 일부를 회수하고 더 촘촘한 포획 나선을 붙인다. 시력이 뛰어나지 않은 원형그물거미도 다리의 촉각으로 이미 놓인 실의 위치와 장력을 감지한다. 그물을 짓는 동안부터 어느 실이 이동용 골격이고 어느 실이 새로 놓는 덫인지 몸의 동작 속에 구분돼 있는 셈이다.

발끝에는 실을 다루기 위한 구조가 있다. 많은 그물 짜는 거미는 다리 끝의 움직이는 발톱으로 한 가닥을 집었다가 놓으며 이동하고, 발 주변의 털은 접착 방울과 닿는 면적을 작게 나눈다. 사람 손바닥처럼 넓은 표면을 눌러 붙이는 대신 몇 개의 가느다란 접점으로 실을 다루는 것이다. 특히 원형그물거미에서 관찰되는 세 번째 발톱은 실을 걸고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모든 그물거미는 정확히 같은 발 구조를 쓴다’고 일반화하면 다양한 거미 계통을 놓치게 된다.

움직임의 방식도 접착력에 영향을 준다. 거미는 다리를 수직으로 세게 눌렀다가 잡아당기기보다 실을 조심스럽게 걸고, 접촉을 짧게 유지하며, 한 지점에서 순차적으로 벗긴다. 접착은 닿은 면적과 힘의 방향, 접착 방울이 늘어날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런 걸음은 한꺼번에 여러 다리가 붙는 위험을 낮춘다. 먹이 곤충은 날아와 큰 운동에너지로 나선 여러 가닥을 몸과 날개에 동시에 감지만, 거미는 그물의 위치를 느끼며 한 발씩 통제한다는 차이도 크다.

거미 다리 표면의 화학적 ‘비접착 코팅’은 가능성은 있지만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 일부 실험에서는 씻지 않은 원형그물거미 다리가 씻은 다리보다 포획실에서 더 쉽게 떨어져, 표면의 유기 물질이 접착을 낮춘다는 간접 증거가 나왔다. 빽빽한 털과 손질 행동이 그 물질을 분포시킬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코팅의 조성, 종마다의 역할, 실제 움직이는 거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거미가 특수 기름을 발라 면역이 된다’는 단일 설명보다 구조·행동·표면 성질이 함께 작동한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거미도 실수하면 붙을 수 있다. 접착실에 다리 하나가 닿는 것과 몸통·날개·여러 다리가 동시에 덫에 감기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거미는 남은 다리로 지지하고 접점을 천천히 떼어 낼 여지가 있지만, 날아든 곤충은 몸부림칠수록 더 많은 접착 방울과 실에 닿을 수 있다. 그물의 접착력도 무한하지 않아 바람과 비, 먼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며, 많은 원형그물거미는 손상된 실을 먹어 단백질을 회수한 뒤 새로 짓는다.

따라서 거미의 비결은 접착제를 무시하는 마법 피부가 아니라 접착이 필요한 장소만 끈끈하게 만든 설계다. 마른 방사실은 하중과 진동과 이동을 맡고, 포획 나선은 먹이를 붙들며, 발톱·털·정돈된 걸음이 둘 사이를 안전하게 오가게 한다. 표면 코팅은 일부 종에서 추가 안전장치일 수 있다. 거미줄을 균일한 실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재료와 행동이 맞물린 사냥 도구로 보면, 덫을 만든 동물이 그 위를 다니는 모순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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