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벌새가 꽃 앞에서 공중에 멈출 수 있는 핵심은 날개를 단순히 위아래로 퍼덕이는 대신, 어깨 관절에서 크게 회전시키며 앞뒤로 쓸어 공기를 계속 아래로 밀어내는 데 있습니다. 몸의 무게와 같은 크기의 평균 양력을 위쪽으로 만들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도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새는 날개를 내리칠 때 큰 양력을 얻고, 올릴 때는 날개를 접거나 저항을 줄입니다. 벌새는 날개뼈의 구조와 매우 유연한 어깨 덕분에 날개를 뒤집듯 회전시켜 올려치는 동안에도 유효한 받음각을 유지합니다. 날개 끝이 공중에 납작한 8자와 비슷한 경로를 그리는 것은 이 회전과 앞뒤 왕복 운동의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내려치기와 올려치기가 똑같이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벌새 주변 공기의 흐름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내려치기가 몸을 지탱하는 양력의 약 75%를, 올려치기가 약 25%를 담당했습니다. 곤충처럼 두 방향 모두에서 힘을 얻지만, 여전히 비대칭인 새의 날개를 사용하는 ‘새다운’ 비행인 셈입니다.

빠른 날갯짓만으로 설명도 끝나지 않습니다. 날개의 앞 가장자리에는 공기가 매끈하게만 흐르지 않고 소용돌이가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앞전 소용돌이는 날개 위쪽의 압력을 낮추고 순간적으로 큰 양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벌새는 날개의 각도와 회전 시점을 매 주기 미세하게 바꾸어 그 힘의 방향을 조절합니다.

정지비행은 매우 비싼 이동 방식입니다. 벌새는 자기 몸 아래로 계속 공기를 가속해야 하며, 높은 날갯짓 빈도와 큰 가슴근육을 유지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꽃의 꿀처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연료를 자주 먹고, 바람이나 고도에 따라 날갯짓의 폭과 자세를 조정합니다. 날개깃을 갈아 빠진 틈이 생겨도 비행 성능을 보완해야 합니다.

같은 장치는 이동에도 쓰입니다. 날갯짓 면과 몸의 각도를 조금 기울이면 양력의 일부가 옆이나 앞으로 향해 벌새가 급가속하고 옆으로 움직이며 뒤로도 날 수 있습니다. 정지비행은 별도의 고정 모드가 아니라, 매 순간 힘의 방향을 조절하는 연속적인 비행 가운데 수평 힘이 평균적으로 상쇄된 상태입니다.

벌새는 공중에 ‘매달린’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떨어지는 힘을 새 양력으로 상쇄하고 있습니다. 앞뒤로 회전하는 날개가 내려치기와 올려치기 모두에서 공기를 밀고, 소용돌이와 날개 각도를 정교하게 다루기 때문에 꽃 앞의 한 점을 지킬 수 있습니다. 고요해 보이는 정지비행은 사실 끊임없이 균형을 다시 만드는 매우 역동적인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