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품을 숨길 때는 대개 어디에 넣을지 생각한다. 1940년 코펜하겐의 한 연구소에서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숨겨야 할 금메달을 액체 속에 녹여 버린 것이다. 나중에 되찾으려면 금고 열쇠보다 화학 지식이 필요한 은닉이었다.

문제의 물건은 독일 물리학자 막스 폰 라우에와 제임스 프랑크의 노벨상 메달이었다. 두 사람은 메달을 빼앗길까 염려해 닐스 보어의 연구소에 맡겨 두었다. 덴마크는 안전한 보관처처럼 보였지만, 1940년 4월 독일군이 들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피신시켜 둔 메달이 오히려 주인을 곤란하게 할 증거가 될 수 있었다.

메달에는 수상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누군가 발견하면 어느 독일인이 금을 국외로 보냈는지 드러났다. 나치 치하에서 금의 해외 반출은 심각한 처벌을 부를 수 있는 일이었다. 단순히 값비싼 기념품 두 개를 잃는 문제가 아니었다.

연구소에서 일하던 화학자 조지 드 헤베시는 훗날 그날을 회고했다. 처음에는 땅에 묻자고 제안했지만 보어는 파헤쳐질 가능성을 걱정했다. 헤베시는 메달을 녹이기로 했다. 찾아낼 장소를 바꾸는 대신, 찾아야 할 물건의 모습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금은 쉽게 반응하지 않는 금속이다. 물에 담근다고 소금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헤베시가 사용한 것은 금을 녹일 수 있는 왕수였다. 작업은 간단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그는 전후 편지에서 금을 녹이는 일이 까다로웠다고 설명했다. 전시품으로 보이던 두 메달은 결국 수상자의 이름도 둥근 모양도 알아볼 수 없는 용액이 됐다.

여기서 금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메달의 형태가 사라졌을 뿐, 금은 용액 안에 남았다. 그 차이가 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귀중품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면서도, 전쟁이 끝난 뒤 다시 회수할 가능성을 남겨 둔 것이다.

용액은 전쟁을 넘겼고, 이후 금을 되찾아 메달을 새로 만들었다. 노벨재단 기록에는 프랑크가 1952년 시카고에서 다시 만든 메달을 전달받았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침공 때 없애 버렸던 물건을, 전쟁 뒤 같은 금으로 되돌린 셈이다.

이 이야기에는 종종 보어 자신의 메달까지 함께 녹였다는 설명이 붙는다. 하지만 보어의 메달은 이미 핀란드를 돕기 위한 경매에 기증돼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녹인 것은 그곳에 맡겨진 라우에와 프랑크의 메달이었다. 보어는 동료들의 메달을 지킬 방법을 고민했고, 화학자는 보관함 대신 용액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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