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소리로 피아노를 쳐도 관객은 반응하지 않았다. 휘파람을 불고 낮은 관악기 소리를 들려줘도 마찬가지였다. 찰스 다윈이 지켜보던 것은 흙이 든 화분 속 지렁이였다. 그는 지렁이가 무엇을 듣고 느끼는지 알아보려고 집 안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

다윈에게 지렁이는 잠깐 심심풀이로 살펴본 동물이 아니었다. 그는 1837년에 이미 지렁이가 흙을 만드는 일에 관해 발표했다. 땅 위에 흩어 놓았던 작은 조각들이 몇 년 뒤 흙 아래에 묻히는 현상을, 지렁이가 끊임없이 흙을 먹고 지표에 배설하는 일과 연결했다. 작고 느린 동물이 오랜 세월 동안 땅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일을 하는 동물은 주변을 어떻게 알아차릴까. 다윈은 화분에 지렁이를 두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눈이 없다고 해서 밝고 어두운 것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지, 소리를 내면 반응하는지, 가까이 무언가 닿으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폈다. 정원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보려던 연구가 집 안의 감각 실험으로 이어졌다.

소리를 들려주는 시도는 허탕처럼 보였다. 금속 호루라기의 날카로운 소리에도, 바순의 깊고 큰 소리에도 지렁이는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소리를 질러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피아노 건반 가까운 탁자에 화분을 놓고 크게 연주했을 때도 지렁이는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화분을 피아노 위로 옮기자 결과가 달라졌다. 낮은 도 음을 치자 두 지렁이가 곧바로 굴속으로 물러났다. 얼마 뒤 다시 나왔을 때 다른 음을 쳐도 숨었다. 다윈이 달리한 것은 곡의 분위기나 연주 실력이 아니라 화분이 놓인 자리였다.

피아노 가까운 탁자에 있을 때에는 주로 공기를 타고 오는 소리를 받았다. 피아노 위에서는 악기의 떨림이 받침과 화분, 젖은 흙을 거쳐 지렁이의 몸까지 전달됐다. 다윈은 소리를 듣는 것과 바닥의 진동을 느끼는 것을 구별했다. 사람에게는 같은 피아노 연주처럼 보여도 지렁이가 받아들이는 자극은 달랐던 것이다.

그는 한 번 숨었다고 실험을 끝내지도 않았다. 다른 날 다른 음으로 반응을 살폈고, 화분이나 탁자를 가볍게 건드렸을 때의 움직임도 비교했다. 진동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때에 따라 달랐다. 지렁이가 음악 취향을 드러냈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움직였는지를 남기는 일이 중요했다.

이 관찰들은 1881년 지렁이에 관한 책에 실렸다. 책에는 감각 실험뿐 아니라 지렁이가 잎을 굴로 끌어들이는 방법, 흙을 삼키고 내놓는 양, 오래된 물건을 흙으로 덮는 과정도 담겼다. 피아노 앞의 작은 화분은 땅을 움직이는 동물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의 일부였다.

다윈의 질문은 지렁이가 연주를 즐기느냐가 아니었다. 아무 반응도 없는 듯한 동물이 실제로는 무엇을 알아차리고 있느냐였다. 답을 찾는 데 필요했던 변화는 생각보다 작았다. 화분을 피아노 옆에서 피아노 위로 옮기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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