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년 런던에서 나온 대만 소개서에는 그곳에서 쓴다는 문자 스무 개가 실렸다. 글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고, 동사는 말할 때 목소리를 올리거나 내리면서 시제를 구별한다는 설명도 있었다. 주기도문 번역까지 붙었으니, 독자는 낯선 언어의 표본을 펼쳐 보는 셈이었다. 문자와 문법은 저자 조지 살마나자르가 지어낸 것이었다.
그는 유럽인이었다. 그런데 1703년 영국에 도착해 자신을 포르모사 출신이라고 소개했다. 포르모사는 당시 유럽에서 대만을 부르던 이름이다. 섬을 다녀온 여행자보다도 더 믿음직한 자리를 골랐다.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사람이 직접 자기 나라를 설명하겠다는 것이었다.
말만으로 그 신분을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날고기를 먹고 앉아서 잠을 자는 행동도 보여줬다. 낯선 고향의 풍습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가 연출한 이런 생활 방식은 대만 사람들의 실제 습관이 아니었다. 자기 모습을 유럽인이 상상할 법한 먼 나라의 사람으로 만드는 데 쓰는 재료였다.
언어를 만드는 과정도 그 상상에서 출발했다. 훗날의 회고에서 살마나자르는 동아시아의 문자 체계를 제대로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동방의 언어라면 히브리어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리라는 짐작으로 글자를 구상했다. 처음에는 글자 이름도 마련하지 않았다가, 아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빈칸을 채웠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손에 익히는 일이 필요했다. 자기가 만든 글자를 머뭇거리며 쓰면 모국어처럼 보이기 어려웠다. 그는 빨리 쓸 수 있게 획을 바꾸고 글자를 잇는 방법과 줄임말을 궁리했다고 회고했다. 즉석에서 고향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답을 만들어내고, 상대가 납득한 답은 기억해뒀다는 설명도 남겼다.
영국으로 건너가기 전, 군목 윌리엄 이니스는 이 언어를 시험했다. 살마나자르의 회고에 따르면 이니스는 키케로의 글 한 대목을 그의 언어로 번역해 달라고 했다. 그는 글을 적고 뜻을 풀어줬다. 그러자 이니스는 다른 종이에 같은 대목을 다시 번역하라고 요구했다.
두 번째 글은 첫 번째와 너무 달랐다. 급하게 만들어낸 단어를 아직 외우지 못한 탓이었다. 살마나자르는 두 번의 번역에서 일치한 단어가 절반을 넘지 않았다고 썼다. 이니스가 차이를 짚자 그는 이제 거짓말이 들통나고 관계도 끝나리라 예상했다고 회고했다.
살마나자르가 남긴 설명에서 이니스는 폭로 대신 준비를 더 잘하라는 뜻을 내비친다. 그리고 이후 그를 영국으로 데려가는 일에도 관여했다. 같은 글을 두 번 옮기는 시험에서 흔들린 뒤에도, 대만 출신이라는 신분은 계속 이어졌다.
런던에서는 더 큰 번역 과제가 생겼다. 이니스의 요구로 영국 국교회의 교리문답을 가짜 포르모사어로 옮겨 런던 주교에게 바친 것이다. 살마나자르는 자신이 만든 문자와 로마자로 적은 발음, 라틴어 풀이를 나란히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 배열 덕에 보는 사람은 낯선 글자와 뜻을 대조해 볼 수 있었다.
그의 회고에는 그 번역을 살펴본 사람들이 언어가 규칙적이고 문법에 맞으며, 자신들이 아는 다른 언어와도 다르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젊은 사람이 만들어낸 가짜일 수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앞선 시험에서 단어가 어긋났던 언어가 이번에는 정교함을 인정받는 증거가 됐다.
그는 이 신분으로 대만의 역사와 지리를 다룬 책까지 썼다. 책 속 섬에는 한 해를 스무 달로 나누는 달력과 종교 의식, 의복, 정치 제도가 들어갔다. 언어 한 가지를 꾸며내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언어를 쓰는 사회 전체를 만들어낸 셈이었다. 이 내용은 대만을 기록한 자료가 아니라, 대만의 이름을 빌려 출판한 허구였다.
처음부터 모두가 믿은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활동한 예수회 선교사가 왕립학회에서 그의 설명을 반박했다. 살마나자르는 책의 서문부터 그 상대를 공격했다. 자신이 예수회를 비판하니 상대가 자기 평판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식이었다. 대만에 관한 주장을 따지는 자리에 유럽의 종교 대립이 함께 들어왔다.
의심과 반박이 이어지면서 그의 신분을 받아들이던 후원은 차츰 줄었다. 그는 훗날 자신의 사칭을 인정했고, 사후에 출판할 회고록도 남겼다. 1764년 나온 책에는 문자와 번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었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그 책의 제목은 ‘흔히 조지 살마나자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의 회고록’이었다. 가짜 고향과 가짜 언어를 고백하는 책에서도 저자의 실제 이름은 별표 네 개 뒤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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