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소녀 앞에서 작은 요정 네 명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날개 달린 몸은 풀잎보다 조금 컸고, 뒤로는 시냇물이 흘렀다. 1917년 영국 코팅리에서 찍힌 사진이다. 열다섯 살 엘시 라이트가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 열 살 사촌 프랜시스 그리피스를 찍었다. 이 사진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선 사람은 셜록 홈스를 만든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었다.

홈스라면 사진에서 무슨 단서를 찾았을까 궁금해지지만, 현실의 도일은 요정을 믿는 쪽이었다. 그는 1920년 사진 이야기를 듣고 여러 사람에게 연락한 끝에 사진을 구했다. 그중 중요한 연결 고리가 에드워드 가드너였다.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에 관심을 둔 신지학 단체에서 활동하던 가드너는 이미 사진을 입수해 살펴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을 나눴다. 가드너가 가족을 만나 현장을 조사하고, 도일은 그 결과를 글로 소개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사진 한 장에 곧장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사진 전문가에게 원판을 보였고, 도일은 코닥 사무실도 찾아갔다. 당시 카메라는 빛에 반응하는 유리판에 영상을 남겼다. 여기에 두 장면을 겹쳐 찍었다면, 소녀와 요정이 함께 있었다는 주장은 무너진다. 전문가들이 들여다본 것도 이런 조작의 흔적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판단이었다. 도일이 남긴 설명에 따르면 코닥의 전문가들은 겹쳐 찍은 흔적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기술과 장비를 쓰면 비슷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며, 초자연적 현상을 찍었다고 보증하지는 않았다. 도일은 이 유보를 결정적인 반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련된 전문가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과 아이들이 실제로 그런 일을 했다는 말은 다르다고 여겼다.

가드너가 신뢰한 다른 전문가는 더 적극적이었다. 요정들이 촬영 중 움직였다고까지 판단했다. 판지로 만든 모형일 가능성도 질문에 올랐지만, 그는 자신의 분석을 굽히지 않았다. 요정이 있다는 쪽에서는 사진의 세부를 증거로 모았고, 의심하는 쪽에서는 바로 그 세부가 수상하다고 봤다. 도일의 책에는 이런 반박과 재반박까지 길게 실렸다.

증거를 더 얻으려고 가드너는 1920년 두 사촌에게 새 카메라 두 대를 건넸다. 촬영용 유리판에는 몰래 표시도 해뒀다. 아이들이 다른 원판으로 바꿔치기한다면 알아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 사진에는 나뭇가지 위의 요정이 엘시에게 꽃을 건네는 모습 등이 담겼다. 사용된 원판도 지급한 것이 맞았다. 검사를 통과한 사진이 늘어날수록 이야기는 더 그럴듯해졌다.

그러나 아이들이 쓴 방법에는 원판을 바꿀 필요도, 두 번 노출할 필요도 없었다. 요정을 그려 오린 뒤 긴 모자핀으로 땅이나 나뭇가지에 고정하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됐다. 카메라는 눈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담았다. 그 눈앞의 것이 살아 있는 요정이 아니라 그림이었을 뿐이다. 원판에 붙인 비밀 표시는 종이 인형을 막아주지 못했다.

도일은 1920년 크리스마스호 《스트랜드 매거진》에 사진을 소개했고, 1922년에는 관련 편지와 조사 내용을 모은 책 《요정의 출현》을 냈다. 책에서 그는 사진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본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가 변호하고 있던 사진은 훗날 바로 그런 소박한 준비물로 설명됐다.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두 사촌은 이미 노인이었다. 1980년대에 사진의 진위를 다시 조사한 제프리 크롤리에게 엘시가 편지를 보냈고, 요정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밝혔다. 그림의 바탕이 된 것은 1915년 출간된 《메리 공주의 선물 책》에 실린 삽화였다. 거창한 암실 기술보다 책 속 그림과 가위, 핀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마지막까지 두 사람의 설명이 같지는 않았다. 엘시는 다섯 장 모두 가짜라고 했지만, 프랜시스는 마지막 사진만큼은 진짜라고 주장했다. 사진을 만들 때 함께했던 사촌들은 그 한 장을 두고 끝내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오늘날 남아 있는 엘시의 1983년 편지와 그 시절 카메라는, 한때 요정의 존재를 증명한다던 사진 곁에서 사진이 만들어진 과정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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