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10월, 미국 뉴욕주의 한 농장에서 우물을 파던 사람들이 거대한 사람 형상을 발견했다. 땅속에 누운 몸은 길이가 약 3m였다. 돌로 변한 거인의 시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농장주 윌리엄 뉴얼은 그 위에 천막을 치고 돈을 받기 시작했다.

관람객은 구덩이 안을 내려다보며 판단해야 했다. 정말 사람이 돌로 변한 것인지, 누군가 오래전에 만든 조각상인지. 천막 아래 어두운 빛과 몸 표면의 작은 구멍들은 상상을 돕기에 좋았다. 직접 찾아갔던 앤드루 딕슨 화이트는 훗날 사람들이 속삭이듯 말할 만큼 현장에 엄숙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거인은 우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담배 사업을 하던 조지 헐이 만들게 한 물건이었다. 헐은 거인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를 두고 종교적 논쟁을 벌인 뒤 이런 속임수를 구상했다고 알려져 있다. 말싸움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대신, 상대가 믿고 싶어 할 만한 증거를 직접 만들겠다는 발상이었다. 구경값으로 돈을 벌 계획도 함께 있었다.

준비는 거대한 석고 원석에서 시작됐다. 헐은 아이오와에서 구한 돌을 시카고로 옮겨 사람 모양으로 깎게 했다. 그러나 방금 만든 조각상은 너무 새것처럼 보였다. 표면을 문질러 닳은 느낌을 내고, 바늘이 박힌 도구로 작은 구멍들을 찍었다. 사람 피부의 모공처럼 보이게 하려는 작업이었다. 색과 표면을 손본 뒤에야 오래 묻혀 있던 물건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발굴될 장소가 필요했다. 헐은 뉴얼의 농장에 거인을 묻었고, 거의 1년을 기다렸다. 1869년 가을 뉴얼이 그 자리에 우물을 파도록 사람을 부르면서 발견이 연출됐다. 일을 맡은 사람들이 땅속 물건을 보고 놀라는 과정까지, 이미 묻어둔 쪽에서는 예상할 수 있었다.

구경하러 온 모두가 속은 것은 아니었다. 화이트는 그 자리가 우물을 팔 만한 곳인지부터 의심했다. 집과 헛간에서 쓰기에도 불편하고 이미 가까운 곳에 물이 있는데, 굳이 왜 거기를 파느냐는 것이었다. 예일대의 고생물학자 오스니얼 마시는 돌의 재질과 표면을 살폈다. 젖은 땅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기에는 석고가 너무 온전했고, 최근 도구로 깎은 흔적도 남아 있었다.

의심이 나온다고 장사가 곧바로 끝나지는 않았다. 논쟁 자체가 사람을 불러들였다. 거인의 지분을 산 사업가들은 전시를 다른 도시로 옮겼고, 유명한 흥행사 P. T. 바넘도 관심을 보였다. 바넘은 원래 거인을 확보하지 못하자 다른 방법을 택했다. 닮은 것을 새로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이제 가짜 거인에게 경쟁자가 생겼다. 바넘 쪽은 자기 것이 진짜 카디프 거인이라고 내세웠다. 먼저 거인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바넘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시도했다. 자기들이 전시하는 것은 진짜 사람이 돌로 변한 몸이라고 팔아왔는데, 이제는 다른 조각상을 상대로 자기 물건의 ‘원본’ 자리를 지켜야 했다.

한편 거인을 운반하던 수레와 커다란 상자를 본 사람들, 돌을 구하고 깎는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였다. 땅속에서 나온 몸의 역사는 고대가 아니라 바로 전해로 이어졌다. 헐도 결국 속임수를 인정했다. 기이한 자연 현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돌을 사서 조각하고, 옮겨서 묻은 일이었다.

그런데 가짜로 밝혀졌다고 거인이 곧 쓸모없는 돌덩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을 속인 물건 자체가 구경거리가 됐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박물관은 그것을 보관하고 전시했다. 2019년 미국의 파머스 뮤지엄은 발견 150주년을 맞아 케이크와 파티 모자까지 준비했다. 오래된 인간이라는 주장은 실패했지만, 오래 살아남은 사기극의 주인공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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