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던 작가의 집에 머무는 일은 안데르센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손님을 맞은 디킨스 가족에게는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1857년 여름의 방문이 끝난 뒤, 디킨스는 안데르센이 이 방에서 다섯 주를 잤으며 가족에게는 아주 긴 세월처럼 느껴졌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전해진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이 아니다. 10년 전 영국에서 만났을 때 디킨스는 자신의 책을 선물하며 친구이자 독자로서 존경한다는 뜻을 적었다. 안데르센은 디킨스를 무척 높이 평가했고, 다시 영국을 찾았을 때 그의 집에 머물렀다. 문제는 서로의 책을 좋아하는 일과 한집에서 여러 주를 보내는 일이 꽤 다르다는 데 있었다.
손님의 일상적인 부탁부터 어긋났다. 디킨스 가족의 회고에 따르면 안데르센은 덴마크에서는 집안의 아들이 남자 손님의 면도를 도와주는 관습이 있다고 말했다. 디킨스는 아들을 맡기는 대신 근처 이발소를 이용하도록 했다. 손님에게는 자연스러운 요청이 주인에게는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었다.
말이 통하는 정도를 두고도 양쪽의 느낌이 달랐다. 안데르센은 디킨스가 자신의 영어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칭찬했다는 내용을 편지에 적었다. 반면 디킨스가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손님의 외국어 실력이 신랄한 농담거리가 된다. 영어도 프랑스어도 독일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손님에게 건넨 격려와 손님이 떠난 뒤 쓴 편지는 같은 방문을 전혀 다르게 보여준다.
디킨스는 안데르센이 런던에서 마차를 타고 돌아온 일도 편지에 남겼다. 마부가 지름길로 가자 강도를 당할까 봐 시계와 돈, 칼과 필기구, 신문 등 온갖 물건을 장화에 숨겼다는 이야기다. 디킨스의 편지 속 손님은 마차를 타고 돌아오는 일조차 평범하게 끝내지 못했다.
그런데 방문이 길어진 책임을 전부 손님에게 돌리기도 어렵다. 안데르센의 6월 21일 일기에는 디킨스가 자선 공연을 보고 떠나라고 다정하게 권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내와 딸들도 함께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데르센은 감동했다. 주인의 권유를 받아들인 손님과, 점점 지쳐 가는 가족의 사정이 한집 안에 겹쳐 있었다.
디킨스도 한가한 여름을 보내던 중은 아니었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유족을 돕기 위한 공연과 낭독회에 매달리고 있었다. 7월 말 편지에서 그는 이 일들 때문에 며칠 연속 편히 쉬기도 어려웠다고 썼다. 그런 생활에 긴 손님맞이까지 더해진 셈이었다.
방문 뒤 관계는 예전 같지 않았다. 디킨스 박물관은 귀국한 안데르센이 받은 마지막 편지를 차가운 작별에 가까웠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앞선 일기에는 더 머물러 달라는 말이 남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쓰던 두 작가도, 자기 집과 남의 집에서 오가는 예의까지 똑같이 읽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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