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벤치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다. 낯선 사람이 바로 옆에 서서 듣고 있다면 대화를 멈출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온다면 어떨까. 1960년대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고양이를 첩보에 써보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람이 접근하면 의심받을 자리까지, 고양이는 별일 아닌 듯 걸어갈 수 있었다.

계획은 고양이가 비밀을 알아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작은 마이크를 싣고 목표 가까이 다가가게 하면 됐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고, CIA는 그 고양이를 통해 사람들의 말을 듣는 방식이었다. 야외에서 만나는 상대의 대화를 엿듣는 데 쓸 수 있으리라는 구상이었다.

CIA의 설명에 따르면 이 연구는 1964년에 시작됐다. 고양이 귀에는 마이크를, 느슨한 피부 아래에는 작은 송신기를 넣었다. 안테나는 긴 털 속에 숨겼다. 목에 큰 녹음기를 매달면 고양이의 가장 큰 장점인 평범한 겉모습을 잃는다. 장비가 작아야 했고, 밖에서 쉽게 눈에 띄어서도 안 됐다.

작게 만드는 데는 대가가 있었다. 배터리도 작아야 했고, 그만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생겼다. 고양이가 언젠가 우연히 중요한 사람 옆에 가주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장비가 작동하는 동안, 듣고 싶은 대화가 들리는 자리에 고양이가 있어야 했다.

그래도 도청 장비는 작동했다. 귀에서 받은 소리를 밖으로 보낼 수 있었다. 남은 일은 그 귀를 원하는 장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여기부터는 장비를 더 작게 만드는 기술과 다른 문제가 시작됐다.

고양이는 시험 현장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곳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CIA가 훗날 밝힌 설명은 단순하다. 고양이는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니 수상해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원하는 사람 곁으로 보내려 할 때는 어려움이 됐다.

연구진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훈련을 거듭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게 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 공개된 당시 검토 문서에도 그 성공이 남아 있다. 적어도 고양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움직이게 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 작전에서 필요한 수준은 달랐다. 연습한 곳에서 잠깐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낯선 현장에서도 필요한 곳에 가서 필요한 만큼 머문다는 보장은 없었다. 사람 요원처럼 상황을 보고 판단할 수도 없었다. 해외 현장의 여러 변수와 들킬 위험까지 고려하자, 고양이에게 맡길 수 있는 임무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CIA는 이 방법을 현장에서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양이는 실제 작전에 투입되지 못했고, 사업은 1967년에 끝났다. 보고서에는 연구진의 노력과 상상력을 높이 평가하는 말이 남았다. 불가능해 보이던 장비를 만든 사람들은 칭찬받았지만, 그 장비를 달고 다닐 고양이에게 임무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이 이야기는 더 극적인 결말로 유명해졌다. 첫 시험에서 풀어놓은 고양이가 곧바로 택시에 치여 죽었다는 일화다. 전직 CIA 직원의 설명을 통해 널리 퍼진 이야기지만, CIA는 나중에 이를 부인했다. 택시 사고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IA는 고양이에게 마이크와 송신기를 달았고, 소리를 전송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다음에는 여전히 고양이를 설득해야 했다. 사람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있더라도, 고양이에게는 그 벤치 옆으로 갈 이유가 따로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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