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일부 소금호수가 분홍색으로 보이는 까닭은 소금 자체가 분홍색이어서가 아니라, 매우 짠 물에서 살아남은 미세조류·고세균·세균이 주황색과 붉은색 색소를 많이 품기 때문이다. 물이 증발해 염도가 높아지면 보통 생물은 줄어드는 대신 염생 미생물이 우세해지고, 수많은 세포의 색소가 얕은 물과 흰 소금 바닥 위에서 겹쳐 보인다. 다만 호수마다 미생물 조합과 수심, 광물, 계절이 달라 어느 한 종만으로 모든 분홍 호수를 설명할 수는 없다.

분홍색이 나타나려면 먼저 소금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지형이 필요하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나가지 않는 내륙 분지에서는 물은 증발해도 강과 지하수가 가져온 염류는 호수에 남는다. 건조한 계절이 이어지면 물의 양은 줄고 소금 농도는 높아지며, 가장자리에는 하얀 소금 껍질이 생길 수 있다. 유럽우주국이 관측한 동아프리카의 나트론호와 마가디호도 건기에 증발과 염 농축이 심해질 때 조류가 만든 붉은빛과 분홍빛이 두드러질 수 있다. 즉 분홍은 고정된 페인트색이 아니라 물수지와 생태가 함께 만든 순간적인 상태다.

이 환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생물은 단세포 녹조류인 두날리엘라 살리나다. 이름처럼 기본적으로 광합성을 하는 녹조류지만, 높은 염도와 강한 빛 같은 스트레스 조건에서는 베타카로틴을 세포 안에 많이 축적할 수 있다. 이 주황·붉은 카로티노이드는 과도한 빛과 활성산소로부터 광합성 장치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며, 양이 많아지면 초록 엽록소의 색을 덮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습지 자료는 두날리엘라의 베타카로틴뿐 아니라 다른 염생 미생물의 카로티노이드와 레티날 계열 색소도 고염 호수의 분홍빛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분홍색 호수는 모두 조류 한 종이 만든다’는 설명은 그래서 너무 단순하다. 소금을 좋아하는 고세균 가운데에는 붉은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가진 종류가 많고, 일부는 빛을 이용하는 단백질인 로돕신 계열 색소로 자주색이나 붉은색을 더한다. 살리니박테르 같은 세균도 주황·붉은 색소를 만들 수 있다. 이 미생물들은 한 방울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밀도로 늘어나면 세포가 흡수하고 반사하는 파장이 호수 전체의 색을 바꾼다. 흰 소금 결정과 밝은 바닥은 그 빛을 되비춰 색을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의 힐리어호 연구는 한 종 중심의 설명을 수정한 좋은 사례다. 연구팀은 물과 퇴적물에서 DNA를 분석하는 메타유전체 방법과 배양을 함께 사용해 조류·세균·고세균·바이러스가 섞인 군집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날리엘라뿐 아니라 살리니박테르, 할로바실루스, 사이크로플렉서스, 할로루브룸 등 색소 생성 가능성이 있는 여러 미생물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모든 세포가 같은 비율로 색에 기여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힐리어호의 분홍빛을 하나의 ‘범인’보다 여러 색소 생산자의 집단 효과로 보는 근거가 된다.

소금은 색소가 아니라 생태적 필터로 작동한다. 염도가 올라가면 세포 밖의 물을 빼앗기는 삼투 스트레스가 커지므로, 대부분의 담수 생물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염생 미생물은 세포 안팎의 농도를 맞추는 용질을 만들거나 축적하고, 단백질과 세포막을 높은 염 농도에서도 작동하게 하는 적응을 지닌다. 경쟁자가 줄어든 물에서 이들이 번성하면 색이 나타날 만큼 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므로 ‘소금이 많을수록 무조건 더 분홍색’이라기보다, 특정 염도·빛·영양분·온도가 특정 군집에 유리할 때 색이 강해진다고 말해야 한다.

비가 오거나 물길이 바뀌면 같은 호수도 색을 잃을 수 있다. 담수가 들어와 염도가 낮아지면 두날리엘라의 색소 축적이 줄거나 다른 조류가 우세해질 수 있고, 수심이 깊어지면 같은 양의 색소도 빛의 산란과 바닥 반사의 조건이 달라진다. 반대로 건기에 증발이 심해져 소금과 세포가 농축되면 분홍빛이 짙어질 수 있다. 영양염, 바람에 의한 세포 집적, 퇴적물의 점토와 석고도 관찰되는 색조에 영향을 준다. 한 번 찍힌 항공사진만으로 호수의 평상시 색이나 정확한 생물 구성을 확정할 수 없는 이유다.

위성사진의 색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사람의 눈과 비슷한 자연색 영상은 실제 수면색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식생과 수질을 강조하려고 근적외선 밴드를 섞은 거짓색 영상은 화면의 빨강이 실제 분홍 물을 뜻하지 않을 수 있다. 유럽우주국의 동아프리카 염호 설명도 조류 때문에 자연색이 붉거나 분홍일 수 있다고 하면서, 해당 위성 이미지의 강한 빨강에는 근적외선 처리가 포함됐다고 구분한다. 아름다운 색을 과학적 자료로 쓰려면 촬영 계절, 수위, 영상 밴드와 현장 채수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분홍 소금호수는 ‘생명이 거의 없는 극한 환경’이라는 인상도 뒤집는다. 물고기와 많은 담수 생물에게는 너무 가혹하지만, 미세조류가 빛으로 만든 유기물은 염생 세균과 고세균의 먹이망을 지탱하고 일부 호수에서는 무척추동물과 철새로 연결된다. 동시에 염전 운영, 물길 변경, 지하수 취수, 강우 변화가 염도와 군집을 바꾸면 색도 사라질 수 있다. 분홍빛은 단순한 관광용 배경이 아니라 물의 양과 소금, 빛, 미생물 군집이 특정 범위에서 만났다는 생태 신호다. 호수가 붉게 보이는 순간 우리는 소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물에 적응한 수많은 세포의 색소를 멀리서 함께 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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