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질문에 에베레스트가 답이 되는 것은 해발고도라는 기준을 썼기 때문입니다. 평균 해수면에서 정상까지의 높이를 재면 에베레스트가 가장 높습니다. 그러나 지구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표의 산꼭대기를 묻는다면 답은 에콰도르의 침보라소입니다. 두 문장은 서로 경쟁하는 주장이라기보다, 출발점이 다른 두 측정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지구를 완벽한 공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적도 부근이 조금 부풀고 극 쪽이 조금 납작해진 회전타원체에 가깝습니다. 자전하는 물체에서 적도 방향으로 질량이 재배치되는 장기적인 효과와 중력의 균형 때문에, 적도에서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는 극 쪽보다 더 깁니다. 지도와 위성항법에서 쓰는 WGS 84 같은 기준 타원체도 이 모양을 반영합니다.

침보라소는 적도에서 남쪽으로 약 1도 떨어져 있습니다. 정상의 해발고도는 약 6.3킬로미터여서 에베레스트보다 2.5킬로미터 이상 낮습니다. 하지만 침보라소가 서 있는 지표 자체가 지구 중심에서 훨씬 더 멀리 시작합니다. 적도 부근의 넓어진 반지름이 해발고도의 차이를 넘어서는 까닭에, 침보라소 정상은 에베레스트 정상보다 지구 중심에서 2킬로미터 이상 더 멀다고 NOAA와 NASA가 설명합니다.

여기서 평균 해수면도 단순한 수평선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제 지구의 중력장은 장소마다 조금씩 달라, 고도는 바다를 가정한 중력 등위면과 비교해 정의됩니다. 등산·항공·지도에 쓰는 해발고도는 사람이 서로 다른 장소를 공통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는 매우 유용한 값입니다. 반면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는 위도, 지구의 모양, 산의 고도를 함께 넣어 계산하는 기하학적 값입니다.

그래서 침보라소를 무조건 ‘우주에 가장 가까운 산’이라고 부르면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우주가 어느 한 높이에서 뚝 끊기는 껍질은 아니며, 대기는 점점 희박해집니다. 국제적으로 자주 쓰이는 카르만선도 지구 중심에서의 거리와 같은 질문은 아닙니다. 발사체의 성능, 대기 밀도, 궤도는 산 정상 하나로 결정되지 않으므로 침보라소의 기록은 우주 비행의 이점이 아니라 지구 형상의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숫자를 단순화해 보면 왜 결과가 뒤집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적도 반지름과 극 반지름의 차이는 산 하나의 높이보다 크고, 침보라소와 에베레스트는 서로 다른 위도에 있습니다. 침보라소의 출발선이 이미 더 바깥쪽에 있는 반면, 에베레스트의 더 큰 해발고도는 그 차이를 모두 되돌리기에는 부족합니다. 다만 실제 순위 계산은 산 정상을 한 점으로 정하고, 고도 자료와 기준 타원체·중력 기준을 맞추는 측지학의 작업입니다. ‘적도에 가까우니 무조건 더 멀다’는 말도 완전한 계산은 아닙니다. 적도 가까운 지표의 높이와 산의 정확한 위치를 함께 비교해야 하며, 침보라소의 결과는 바로 그 조건들을 넣었을 때 나옵니다.

산의 높이는 적어도 세 가지 방식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는 평균 해수면 위로 가장 높은 정상이고, 침보라소는 지구 중심에서 가장 먼 정상입니다. 하와이의 마우나케아는 해저의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재면 매우 큰 높이를 가집니다. 이 세 기준은 서로를 틀렸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해발고도는 지도와 항공에,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는 측지학과 행성의 형상을 이해하는 데, 해저 바닥부터의 높이는 화산체 전체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알맞습니다. 어떤 산이 ‘진짜 1등’인지를 두고 다투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재는지 먼저 묻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침보라소는 그 한 가지 질문이 지구 자체의 모양까지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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