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나무 도마가 씻은 뒤 휘는 직접적인 이유는 앞면과 뒷면이 서로 다른 속도로 물을 흡수하거나 잃어 한쪽의 길이와 폭이 더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목재는 젖으면 세포벽이 팽창하고 마르면 수축하는데, 두 면의 치수 변화가 같지 않으면 평평한 판 안에 길이 차가 생긴다. 더 길어진 쪽이 곡선의 바깥쪽으로 밀려나면서 도마는 가운데가 뜨거나 가장자리가 들리는 모양으로 굽는다.

건조한 목재도 물과 무관한 고체는 아니다. 세포 가운데 빈 공간에는 액체가 들어갈 수 있고,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가 많은 세포벽에는 물 분자가 결합한다. 이미 말린 도마를 적실 때 치수를 크게 바꾸는 것은 주로 세포벽으로 들어가는 이 ‘결합수’다. 물이 세포벽 분자 사이를 벌리면 목재가 부풀고, 다시 빠져나가면 간격이 좁아져 줄어든다. 표면에 물방울이 조금 묻었다는 사실보다 물이 어느 면에 얼마나 오래 닿았고 내부로 얼마나 퍼졌는지가 변형을 결정한다.

목재의 팽창은 모든 방향에서 같지 않다. 나무줄기의 길이, 즉 섬유 방향으로는 변화가 매우 작지만, 나이테를 가로지르는 반지름 방향과 나이테를 따라가는 접선 방향으로는 훨씬 크게 움직인다. 보통 접선 방향 수축은 반지름 방향보다 큰 편이다. 그래서 한 장의 판을 통나무 어디에서 어떤 각도로 잘랐는지에 따라 나이테 호가 펴지거나 더 휘려는 힘이 달라지고, 폭 방향으로 오목해지는 ‘컵’ 변형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마를 젖은 조리대 위에 평평하게 두면 아랫면은 물을 계속 흡수하지만 윗면은 공기에 노출돼 먼저 마를 수 있다. 아랫층이 더 팽창해 윗층보다 길어지면 아랫면이 곡선의 바깥쪽이 되고 양쪽 가장자리가 위로 올라온다. 반대로 윗면만 흠뻑 젖거나 아랫면이 열원 때문에 더 빨리 마르면 굽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젖으면 반드시 어느 한 방향으로 휜다’는 법칙이 없는 이유는 변형 방향이 수분 구배와 판재 구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시간 차도 중요하다. 물은 표면에서 중심부로 즉시 고르게 퍼지지 않으므로 젖은 직후에는 외층과 내부의 함수율 차이가 크다. 마를 때도 노출된 면이 먼저 수축하고 젖은 중심은 뒤늦게 따라온다. USDA 산림제품연구소 자료는 이런 차등 수분이 표면 거칠어짐, 갈라짐, 휨과 컵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분이 나중에 고르게 분포하면 가벼운 휨은 일부 줄어들 수 있지만, 반복된 습윤·건조로 세포가 눌리거나 내부 응력이 고정되고 접착층이 손상되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도마의 제작 방식도 결과를 바꾼다. 넓은 판 한 장을 쓴 도마는 그 판의 나이테 방향과 원래 목재에 남은 응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러 좁은 막대를 번갈아 붙인 엣지그레인 도마는 움직임을 분산하도록 설계할 수 있지만, 조각의 결 방향과 함수율이 맞지 않거나 접착선이 약하면 비틀림이나 벌어짐이 생길 수 있다. 엔드그레인 도마는 섬유 끝이 위로 향해 칼자국 특성이 다르지만, 물을 흡수하지 않거나 변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두껍다고 자동으로 안전한 것도 아니며, 두꺼운 판은 수분이 균일해지는 데 더 오래 걸린다.

오일이나 표면 마감은 물의 이동을 늦춰 급격한 수분 차를 줄일 수 있지만 완전한 방수막은 아니다. 한 면만 두껍게 마감하면 오히려 두 면의 흡수·건조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제품 지침에 맞춰 옆면과 끝면을 포함해 고르게 관리하는 편이 낫다. 식용유라면 무엇이든 바르면 된다는 뜻도 아니다. 산패하거나 끈적이는 기름이 있으며, 접착제와 마감재의 내수성은 제품마다 다르므로 제조사가 지정한 식품 접촉용 관리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의 핵심은 도마가 물을 전혀 만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면에 큰 수분 차가 오래 남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용 뒤에는 제조사 지침에 맞춰 씻고 물에 담가 두지 않으며, 닦은 뒤 양면으로 공기가 통하도록 세워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젖은 싱크대나 조리대에 한 면을 붙인 채 방치하면 그 면만 계속 물을 먹는다. 많은 목재 도마는 식기세척기의 긴 물 노출과 열 건조를 견디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가 없다면 넣지 않는 편이 휨과 접착층 손상을 줄인다.

이미 심하게 휜 도마를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억지로 펴면 내부 응력이나 접착선을 더 손상시킬 수 있다. 가벼운 변화는 안정된 환경에서 수분이 천천히 균일해지며 줄어들기도 하지만, 갈라짐·층 분리·흔들림이 남은 도마는 칼질할 때 불안정하다. 결국 휨은 나무가 ‘물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만든 방향성 있는 세포벽이 잘린 뒤에도 물과 반응하기 때문에 생긴다. 평평함을 지키는 일은 힘으로 판을 누르는 문제가 아니라, 앞면과 뒷면이 같은 속도로 젖고 마르게 만드는 수분 관리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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