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잠수함은 주밸러스트 탱크로 수면에서 큰 부력 변화를 만들고, 잠수한 뒤에는 가변 밸러스트·트림 탱크와 잠항타를 함께 써 깊이와 자세를 정밀하게 맞춘다. 목표는 계속 가라앉을 만큼 무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물과 거의 같은 평균 밀도의 중성부력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움직이는 물이 날개 모양 조종면에 주는 힘으로 상승·하강 경로를 조절한다.
부력은 물체가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 위로 받는 힘이다. 잠수함의 단단한 압력선체는 깊은 물에서도 거의 같은 부피를 유지하므로, 그 선체가 밀어내는 물의 양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잠수함의 전체 무게가 이 부력보다 작으면 올라가고, 크면 가라앉으며, 비슷하면 수직 움직임이 쉽게 커지지 않는다. 깊이 제어는 이 작은 차이와 물속에서 생기는 동적 힘을 관리하는 일이다.
수면에 떠 있을 때 주밸러스트 탱크에는 공기가 차 있어 그 공간도 물을 밀어내므로 여분의 부력이 생긴다. 잠수 명령이 내려지면 탱크 위쪽 통풍 밸브를 열고 아래쪽 침수구로 바닷물이 들어오게 해 공기를 내보낸다. 물로 찬 개방 탱크는 더 이상 공기 부피만큼 물을 밀어내지 못해 잠수함의 유효 부력이 줄어든다. 흔히 ‘물을 실어 무거워진다’고 설명하지만, 밀폐 선체 밖 탱크의 배수량이 사라진다고 보는 편이 구조를 더 정확히 보여 준다.
이 때문에 압력을 견디는 선체와 물의 흐름을 다듬는 외피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승조원과 장비가 있는 압력선체는 밀폐되어 부력을 제공하지만, 그 바깥의 일부 공간과 주밸러스트 탱크는 잠항 중 바닷물과 통한다. 매끈한 바깥 모양 전체가 거대한 빈 공기통인 것은 아니다. 외피 안에서 어느 부피가 물을 배제하는지가 실제 부력을 결정한다.
완전히 잠수한 잠수함은 대개 큰 주탱크를 조금씩 채웠다 비우며 모든 깊이 변화를 만들지 않는다. 주밸러스트는 잠수와 부상을 위한 거친 단계이고, 잠항 상태에서는 물로 차 있다. 승조원은 더 작은 가변 밸러스트 또는 깊이조절 탱크의 물 양을 바꿔 연료·식량 소비, 장비 이동, 해수 밀도 변화로 생긴 무게 차이를 보상한다. 이 미세 조정으로 중성부력에 가까운 상태를 만든다.
중성부력은 잠수함이 아무 조작 없이 한 점에 완벽히 멈춘다는 보장은 아니다. 바닷물의 염분과 온도가 바뀌면 같은 부피의 물 무게가 달라지고, 선체의 미세한 압축과 내부 이동도 균형에 영향을 준다. 해류와 수직 수괴 운동도 있다. 그래서 깊이와 상승률을 계속 측정하고 탱크와 조종면을 작은 폭으로 수정해야 한다.
잠수함이 앞으로 움직일 때 잠항타 또는 하이드로플레인이라는 짧은 날개가 본격적인 조종을 맡는다. 조종면의 각도를 바꾸면 위아래 면을 지나는 물의 압력과 운동량이 달라져 선체를 아래나 위로 미는 힘이 생긴다. 선미 잠항타는 배의 머리를 숙이거나 들도록 회전시키고, 앞쪽 조종면은 설계에 따라 깊이와 자세 조절을 돕는다. 속도가 거의 없으면 이 수력학적 힘도 약해진다.
앞뒤 균형인 트림은 별도의 문제다. 전체 무게와 부력이 같아도 무게중심과 부력중심이 어긋나면 잠수함은 코를 들거나 숙이려 한다. 함수와 함미의 트림 탱크 사이로 물을 옮기면 무게중심이 이동해 선체 각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 비행기가 고도뿐 아니라 피치 자세를 관리하듯, 잠수함도 깊이와 기울기를 동시에 제어해야 효율적으로 수평 항해한다.
부상할 때는 잠항타와 추진력으로 위쪽 경로를 만들고 부력을 양으로 조절한다. 주밸러스트 탱크에 압축공기를 넣으면 아래 침수구로 물이 밀려 나가고, 다시 공기 공간이 물을 배제해 잠수함이 뜬다. 고압 공기로 탱크를 빠르게 비우는 비상 블로는 중요한 안전 수단이지만, 정상적인 작은 깊이 변경 때마다 쓰는 추진 장치는 아니다. 공기 저장량과 깊은 곳의 높은 수압도 고려해야 한다.
‘탱크에 공기를 넣으면 잠수하고 물을 넣으면 뜬다’는 식의 물고기 부레 비유는 방향부터 뒤바뀐다. 잠수함의 주탱크는 공기가 많을수록 더 큰 부피의 바닷물을 밀어내 양의 부력을 얻고, 물이 차면 그 여분을 잃는다. 또 주탱크만 정확히 절반 채워 특정 깊이에 고정하는 단순한 장난감 구조도 아니다. 실제 제어는 정적 부력, 앞뒤 트림, 전진 속도와 잠항타의 동적 힘을 분담시킨다.
잠수함이 물속에 머무는 능력은 ‘가라앉는 배’와 정반대의 정밀한 균형에 가깝다. 큰 탱크가 수면과 잠항 상태를 바꾸고, 작은 탱크가 무게와 중심을 보정하며, 잠항타가 흐르는 물을 이용해 경로를 만든다. 이 세 층을 나눠 쓰기 때문에 수천 톤의 선체도 잠망경이 닿는 얕은 깊이나 깊은 항해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필요할 때 통제된 각도로 오르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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