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낮에도 달이 보이는 까닭은 달이 밤에만 뜨는 천체가 아니라 지구를 돌며 하루 중 약 절반은 어느 지역의 지평선 위에 있고, 그 표면이 반사한 햇빛이 밝은 하늘을 뚫고 보일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달의 공전 위치가 정하는 출몰 시각과 위상, 태양과 떨어진 각도, 대기의 투명도가 맞아야 푸른 하늘 속에서 충분한 대비가 생긴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지만 언제나 한쪽 반구가 태양빛을 받는다. 지구에서 보이는 밝은 부분은 그 햇빛 받은 반구와 지구를 향한 반구가 겹치는 영역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움직이면 두 영역의 겹침이 달라져 초승달, 반달, 보름달 같은 위상이 생긴다. 이것은 보통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현상이 아니다. 지구 그림자가 관여하는 때는 달이 그 안을 통과하는 월식이라는 특별한 경우뿐이다.
밤낮은 지구의 자전으로 정해지고, 달이 뜨는 시각은 달의 공전까지 더해져 정해진다. 달은 별을 기준으로 하루에 대략 13도씩 동쪽으로 이동하므로 지구가 다음 날 달을 다시 같은 방향에 놓으려면 조금 더 돌아야 한다. 그 결과 달의 출몰 시각은 평균적으로 날마다 약 50분씩 늦어지지만, 실제 차이는 궤도와 관측 위도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달이 밤에만 떠 있어야 할 물리적 이유가 없는 셈이다.
상현달은 이 관계를 가장 쉽게 보여 준다. 상현 무렵 달은 태양에서 하늘의 각도로 약 90도 떨어져 정오쯤 뜨고 자정쯤 지므로, 오후 내내 햇빛과 함께 하늘에 있다. 보름 전의 차오르는 초승달과 볼록달도 아침이나 오후에 떠서 해가 진 뒤까지 남는다. 보름 뒤의 이지러지는 달은 밤에 떴다가 해가 뜬 뒤까지 남아 아침 하늘에서 더 잘 보인다. 따라서 오후의 달은 흔히 차오르는 달이고, 오전의 달은 흔히 이지러지는 달이다.
그렇다고 모든 위상이 낮에 똑같이 잘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삭에는 달이 태양과 거의 같은 방향에 있고 지구 쪽 면은 대부분 어두워서, 하루 종일 지평선 위에 있어도 눈으로 찾기 어렵다. 보름달은 태양 반대편에 있어 해질 무렵 뜨고 해뜰 무렵 지므로 대부분의 시간을 밤하늘에서 보낸다. 다만 보름 직전 달은 해지기 전에 뜨고, 보름 직후 달은 해가 뜬 뒤에도 잠시 남으므로 밝은 큰 달이 낮과 겹치는 시간도 있다.
낮 하늘이 파란 것은 대기 분자가 태양의 짧은 파장 빛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이 산란광이 하늘 전체를 밝은 배경으로 만들어 별빛처럼 약한 점광원의 대비를 거의 지운다. 달은 겉보기 지름이 약 0.5도인 넓은 원반이고 햇빛을 반사하는 면적도 커서, 많은 별이나 행성보다 낮 배경에 맞설 수 있다. 그래도 밤보다 훨씬 희고 흐릿해 보이며, 태양 가까이에 있는 가느다란 초승달은 밝은 산란광에 쉽게 묻힌다.
가장 찾기 쉬운 낮달은 태양에서 적당히 멀리 떨어진 반달이나 볼록달이다. 구름과 미세먼지가 적고 하늘이 짙은 파란색일수록 대비가 좋아지며, 달의 위치를 미리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건물 처마나 나무처럼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물체를 기준 삼아 넓은 하늘을 맨눈으로 살피면 안전하게 찾을 수 있다. 위치를 모르는 채 쌍안경이나 망원경을 태양 근처로 훑는 행동은 눈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해서는 안 된다.
달이 낮에 보였다고 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밤인 사람들이 달을 볼 수 없게 ‘빼앗은’ 것도 아니다. 한 순간에 달을 볼 수 있는 범위는 달이 지평선 위에 놓인 지구의 넓은 절반이며, 관측 장소마다 지평선과 시각이 다르다. 지구가 돌면서 여러 지역이 차례로 달을 향하고, 달도 공전하면서 다음 날의 출몰 시각을 바꾼다. 같은 위상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같지만 달의 방향과 지평선에 대한 기울기는 위도와 반구에 따라 달라 보인다.
달의 약 29.5일 위상 주기를 따라 며칠만 같은 시각에 관찰하면 낮달의 규칙이 드러난다. 달 자체가 별을 기준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27.3일이 걸리지만, 그동안 지구도 태양 둘레를 전진하므로 달이 태양과 같은 상대 위치로 돌아와 위상을 반복하려면 약 2.2일이 더 필요하다. 이 차이가 달의 출몰 시각과 밝은 면을 날마다 함께 옮긴다. 그래서 50분은 장기 평균일 뿐, 매일 그대로 더하는 정확한 시각표는 아니다. 저녁 서쪽의 가느다란 달은 날마다 늦게 지며 더 차오르고, 보름을 지난 달은 새벽을 넘어 오전 서쪽 하늘에 남는다. 낮달은 밤의 달이 예외적으로 잘못 나타난 장면이 아니라, 지구 자전과 달 공전이 서로 다른 주기로 진행되고 반사된 햇빛이 대기 산란광보다 충분히 밝을 때 자연스럽게 보이는 달의 평상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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