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우주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공기 중 ‘쾅’ 소리가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소리는 물질의 진동이 이웃 입자로 전달되는 기계적 파동인데, 행성 사이의 진공에는 그 연쇄를 이어 줄 입자가 너무 드물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 스피커가 앞뒤로 움직이면 주변 공기가 번갈아 압축되고 팽창합니다. 이 압력 변화가 분자 사이를 이동해 고막을 흔들 때 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물속에서는 물 분자가, 금속에서는 고체의 원자 배열이 같은 역할을 하므로 소리는 공기만이 아니라 물질이 있는 여러 매질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우주가 완벽히 아무것도 없는 곳은 아닙니다. 희박한 기체와 플라스마, 먼지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행성 간 공간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보통의 압력파를 전달하기에 밀도가 지나치게 낮습니다. 반면 우주선 내부, 우주복 안, 다른 행성의 대기처럼 충분한 물질이 있는 곳에서는 소리가 이동합니다.

우주비행사가 서로 무선으로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소리가 진공을 건너서가 아닙니다. 마이크가 우주복 안의 음파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송신기는 이를 전자기파인 전파에 실어 보냅니다. 전자기파는 매질 없이 진공을 지나며, 상대편 장비가 다시 전기 신호와 소리로 변환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우주선 밖 폭발이 주변 모든 방향에 큰 굉음을 내는 장면은 극적 표현입니다. 폭발 지점의 뜨거운 기체 안에는 충격파가 있을 수 있고 파편이 우주선에 부딪히면 선체 진동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물체 사이의 거의 빈 공간을 통과하는 공기 소리는 없습니다.

NASA와 ESA가 공개하는 ‘우주의 소리’도 이 구분을 알아야 합니다. 탐사 장비는 플라스마의 전기·자기장 파동이나 전파, 입자 변화 같은 데이터를 측정합니다. 연구자들이 그 주파수나 변화율을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로 옮기거나 오디오에 대응시키면 유용하고 인상적인 소리가 되지만, 진공에 둔 마이크가 들은 음향은 아닙니다.

따라서 ‘우주는 조용하다’는 말은 우주에 변화나 파동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플라스마파와 전자기파는 활발히 이동하고, 물질이 충분한 국소 환경에는 소리도 있습니다. 핵심은 파동의 종류입니다. 소리는 입자들의 연쇄 운동이 필요하지만 빛과 전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로 진공을 건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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