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일부 동전 테두리의 촘촘한 홈은 원래 금화와 은화의 가장자리를 조금씩 깎아 귀금속을 훔치는 행위, 곧 ‘클리핑’을 눈에 띄게 만들기 위해 쓰였다. 일정한 톱니나 글자가 테두리 전체에 이어져 있으면 금속을 떼어낸 자리가 무늬의 단절로 드러난다. 오늘날 유통 동전은 액면가만큼 귀금속을 품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오래된 장치는 권종 식별·위조 방지·디자인이라는 새 역할을 맡아 남아 있다.

손으로 망치질해 만들던 옛 동전은 애초에 가장자리가 완벽한 원도, 모두 같은 크기도 아니었다. 금속 조각을 두 금형 사이에 놓고 내리쳤기 때문에 무늬가 끝까지 닿지 않거나 둘레가 울퉁불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금화와 은화의 가치는 국가가 새긴 숫자만이 아니라 들어 있는 금속의 무게와 순도에 크게 기대었다. 가장자리에서 얇은 조각을 떼어내고 동전을 다시 쓰면, 한 닢의 변화는 작아 보여도 여러 닢에서 모은 은과 금은 이익이 되었다.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든 것은 ‘정상적인 불규칙함’과 ‘고의로 깎은 흔적’을 구별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이미 비뚤어진 동전은 조금 작아져도 얼핏 멀쩡해 보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무게가 모자란 동전을 받지 않으려 하면 좋은 동전은 저장되거나 녹고, 닳거나 깎인 동전만 시중을 도는 악순환도 생겼다. 따라서 조폐 당국에는 단순히 멋진 둘레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원래 경계인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기준선이 필요했다.

기계식 압연기와 나사 프레스가 확산되면서 그 기준선을 훨씬 일정하게 만들 수 있었다. 영국 왕립조폐국 박물관에 따르면 찰스 2세 때 피에르 블롱도가 설치·운용한 장비는 1662년부터 두께와 지름이 고른 기계 주화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테두리 글자와 밀링 같은 보안 요소도 적용했다. 일부 금화와 은화 가장자리에는 ‘장식이자 보호물’이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새겨졌다. 글자가 사라지거나 홈이 끊기면 클리핑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역사를 아이작 뉴턴 한 사람이 톱니를 발명한 이야기로 줄이면 맞지 않는다. 뉴턴이 영국 조폐국 감사와 장관으로 위조 단속과 1696년 대개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에서 기계 주화와 테두리 가공은 그가 조폐국에 들어오기 수십 년 전부터 생산되고 있었다. 더 넓게 보면 유럽의 기계식 주조 실험도 그보다 앞선다. 한 발명자의 번뜩임보다, 균일한 금속판·정확한 금형·프레스·테두리 가공을 결합한 오랜 기술 전환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현대 조폐 과정에서는 홈을 완성된 동전에 하나씩 칼로 파지 않는다. 미국 조폐국이 설명하는 방식에서는 가장자리를 먼저 밀어 올린 원형 금속판인 플랜쳇을 위·아래 금형 사이에 놓고, 둘레를 칼라가 감싼다. 프레스가 큰 압력으로 양면 무늬를 찍을 때 금속은 바깥쪽으로 흐르며 칼라의 모양도 채운다. 이 칼라가 매끈한 가장자리, 톱니 가장자리 또는 일부 문자 무늬를 만든다. 설계에 따라 달러 동전처럼 별도 기계에서 테두리 글자를 굴려 넣는 예외도 있다.

모든 동전에 톱니가 없는 까닭은 테두리도 권종별 설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미국 조폐국의 분류처럼 가장자리는 매끈할 수도, 세로 홈이 반복될 수도, 글자나 장식이 들어갈 수도 있다. 서로 크기가 비슷한 동전에 다른 촉감을 주면 주머니 속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구별하기 쉬우며,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권종을 판단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자동판매기와 계수 장비도 지름·두께·재질과 함께 가장자리 특성을 판별에 이용할 수 있다.

보안 기능도 사라지지 않고 성격이 달라졌다. 현대의 구리·니켈계 유통 동전을 깎아 모은 금속은 대개 액면가보다 싸므로 옛날식 클리핑의 경제적 유인은 작다. 대신 일정한 홈의 수와 간격, 끊기는 위치를 정교하게 설계하면 모조품이 따라 해야 할 특징이 하나 더 늘어난다. 미국 실버 이글은 2021년부터 일부 홈의 형태를 달리한 ‘리디드 에지 변형’을 보안 요소로 채택했다. 다만 톱니 하나만으로 진위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합금, 무게, 전자기 특성, 양면 무늬 등과 함께 작동한다.

홈이 닳았다고 곧바로 누군가 금속을 훔쳤다는 뜻도 아니다. 오래 유통된 동전은 마찰로 모서리가 무뎌지고, 타격 압력이 부족하거나 칼라가 어긋난 제조 오차도 테두리를 불완전하게 보이게 할 수 있다. 반대로 테두리가 매끈하다고 보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동전은 형상과 복합 재질, 미세 무늬로 구별된다. 결국 손끝에 걸리는 작은 톱니는 하나의 기능이 굳어 버린 장식이 아니다. 귀금속의 원래 경계를 공개하던 흔적이 생산 기술과 화폐 재료의 변화에 맞춰 식별과 보안의 언어로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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