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삭은달은 매달 한 번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오지만, 그때마다 일식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일식에는 달이 태양 앞을 지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달의 그림자가 실제로 지구에 닿을 만큼 태양·달·지구가 거의 한 직선 위에 놓여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달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태양 공전면과 정확히 같은 평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의 궤도는 약 5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삭에서 달은 태양의 위쪽이나 아래쪽을 지나고, 달이 만드는 그림자도 지구의 위나 아래로 비껴 갑니다. 하늘에서 둘이 가까워 보여도 정렬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달의 궤도가 지구의 태양 공전면을 가로지르는 두 지점을 교점이라고 합니다. 삭이 이 교점 근처에서 일어날 때에만 달의 그림자가 지구를 향할 기회가 생깁니다. 태양은 하늘에서 교점 근처에 머무는 기간이 매년 두 번 정도이므로, 이 시기를 일식철이라고 부릅니다. 일식철 안에서도 삭의 정확한 위치에 따라 일식이 생기거나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렬이 이루어져도 모든 사람이 같은 일식을 보지는 않습니다. 달 그림자의 가장 어두운 부분인 본영이 닿는 좁은 길에서는 개기일식을 볼 수 있고, 더 넓은 반영 지역에서는 부분일식이 보입니다. 달이 지구에서 비교적 멀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금환일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달 삭이 있는 것은 일식의 필수 조건이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닙니다. 달 궤도의 기울기와 교점 근처라는 시간 조건, 그리고 달·지구 거리까지 함께 맞아야 합니다. 이 작은 기울기 덕분에 일식은 정기적인 달의 위상이면서도 드문 기하학적 사건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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