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종이의 한쪽 면만 젖으면 그 면의 셀룰로오스 섬유가 먼저 물을 흡수해 팽창하고, 아직 마른 반대 면은 원래 길이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종이가 휜다. 서로 붙어 있으면서 길이가 달라지려는 두 층이 생기는 셈이라, 처음에는 더 늘어난 젖은 쪽이 곡선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말리는 것이 기본 반응이다. 다만 물이 퍼지고 마르는 동안 휘는 방향과 크기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종이는 매끈한 한 장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가늘고 납작한 펄프 섬유가 겹치고 얽힌 다공성 망이다. 셀룰로오스에는 물과 상호작용하는 친수성 부분이 많아, 수증기나 액체 물이 들어오면 섬유벽 내부까지 수분이 흡착되고 섬유의 치수가 변한다. 액체가 빈틈을 채우는 것만으로 종이가 부푸는 것은 아니다. 물을 받아 섬유 자체가 굵어지고, 섬유끼리 맞닿은 결합부가 그 변형을 이웃 섬유로 전달하면서 종이 전체의 길이와 두께가 달라진다.

섬유는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늘어나지 않는다. 셀룰로오스 사슬과 미세섬유가 대체로 섬유의 긴 축을 따라 배열되어 있어, 수분 변화에 따른 팽창은 길이 방향보다 폭과 두께 방향에서 훨씬 크다. 제지기에서 흐르는 펄프는 많은 섬유를 기계 진행 방향으로 정렬시키므로 완성된 종이도 방향성을 띤다. 그래서 일반적인 기계제 종이는 기계 방향보다 그에 수직인 가로 방향에서 습도 변화에 더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말림이 원통처럼 나타날 때 어느 축을 따라 휘는지도 섬유 배향에 영향을 받는다.

한 면에 물방울이나 젖은 붓이 닿으면 수분은 두께 전체에 즉시 균일해지지 않는다. 젖은 표면 가까운 층은 먼저 팽창하지만 아래쪽의 건조한 층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 한 장 안에 팽창률 구배가 생긴다. 두 층을 떼어 놓을 수 없으므로 종이는 평면에서 서로 다른 길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대신 구부러져 변형 에너지를 줄인다. 한쪽이 가열되면 휘는 바이메탈 띠와 닮았지만, 종이에서는 수분이 계속 확산되고 섬유 망이 방향성을 가지므로 곡률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차이가 있다.

실제 젖은 종이가 항상 깔끔한 원통 하나로 말리는 것은 아니다. 물이 얼룩처럼 퍼지거나 가장자리가 붙잡혀 있으면 이웃한 영역들이 서로 다른 방향과 양으로 늘어나면서 여러 개의 물결과 봉우리가 생긴다. 보존과 제지 분야에서는 이런 국소적 면외 변형을 흔히 코클링이라고 구분한다. 종이의 두께와 평량, 섬유 배향의 불균일, 물방울의 모양, 중력, 책등이나 테이프 같은 구속 조건이 어느 곳에 굴곡이 집중될지를 바꾼다. 얇은 복사용지와 두꺼운 수채화지가 같은 물에 서로 다른 주름을 보이는 이유다.

건조 단계에서는 단순한 역재생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이 더 깊이 퍼져 양면 수분 차이가 줄면 초기 곡률이 완화될 수 있고, 노출된 면이 먼저 마르며 수축하면 반대 방향으로 휘기도 한다. 강하게 젖은 동안 섬유 접촉부가 미끄러지거나 응력이 풀리고, 새 위치에서 섬유 사이 결합이 다시 형성되면 수분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와도 잔류 말림이 남을 수 있다. 연구에서는 종이 말림을 수분과 함께 되돌아가는 가역 성분과 건조 응력·재료의 비대칭에 연결된 비가역 성분으로 나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종이의 앞뒷면이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도 중요하다. 제지 과정에서 위쪽과 망에 닿은 아래쪽의 섬유 배향과 미세입자 분포가 달라질 수 있고, 한 면에만 코팅·잉크·접착제 층을 올리면 수분 흡수 속도와 팽창률도 달라진다. 인쇄기나 복사기의 열은 양면에서 수분을 서로 다르게 이동시켜 평평했던 종이를 말리기도 한다. 따라서 같은 크기의 물방울이라도 종이의 앞면과 뒷면, 기계 방향, 인쇄 면에 따라 최종 모양이 다를 수 있으며, 모든 종이에 적용되는 하나의 말림 반경은 없다.

연구자들은 이 원인을 눈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습도를 단계적으로 바꾸며 종이의 기계 방향과 가로 방향 변형률을 재고, 현미경이나 영상 상관법으로 개별 섬유와 망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한쪽 습윤 실험에서는 시간에 따른 수분 분포와 곡률을 함께 기록하고, 섬유 배향과 앞뒷면 물성을 넣은 계산 모델이 실제 휨을 재현하는지 비교한다. 이런 연구는 횡방향 섬유 팽창과 결합부의 변형 전달, 두께 방향 수분 구배가 핵심이라는 설명을 지지한다. 다만 펄프 종류, 재생섬유 비율, 충전재와 건조 이력이 달라 수치 하나를 모든 종이에 옮길 수는 없다.

생활에서는 양면이 비슷한 속도로 수분을 주고받게 하고 건조 중 전체 면을 고르게 지지하면 차등 팽창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귀중한 문서나 그림을 직접 적시거나 다리미로 펴는 것은 얼룩, 안료 이동, 접착제 손상과 새 변형을 만들 수 있으므로 보존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 의회도서관도 종이 자료를 비교적 건조하고 안정적인 환경과 지지용 보관재 안에 두라고 권한다. 결국 종이의 말림은 물이 단순히 무게를 더한 결과가 아니라, 미세한 섬유 망의 한쪽이 다른 쪽보다 먼저 길어지고 다시 줄어드는 비대칭이 눈에 보이는 곡면으로 바뀐 현상이다.

편집 책임

팩토스브레인 편집부

이 기사는 팩토스브레인 편집부가 자료를 검토하고 편집 원칙에 따라 작성·검수했습니다. 오류 제보는 정정 정책에 따라 확인합니다.

편집부 소개오류 제보 및 정정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