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창유리가 물결치고 두께가 고르지 않은 까닭은 수백 년 동안 아래로 흘렀기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유리를 손으로 불고 돌리고 펴서 판을 만들던 제작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온의 창유리는 비결정질 고체로서 건물의 역사 정도의 시간에는 중력 때문에 눈에 띄게 처지지 않는다. 나뭇가지와 창틀의 반사가 흔들려 보이는 것은 유리 표면과 두께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평행하지 않아 빛이 위치마다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굴절되기 때문이다.
‘유리는 아주 느리게 흐르는 액체’라는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유리는 결정처럼 원자가 장거리 규칙을 이루지 않고, 뜨거울 때는 꿀처럼 흐르다가 뚜렷한 한 점이 아니라 일정한 온도 범위에서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 구조가 없다는 사실과 상온에서 액체처럼 흐른다는 주장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유리의 점성은 급격히 커지고 원자 배열이 재배치되는 시간도 극단적으로 길어진다. 코닝 유리박물관은 오래된 창의 두께 차이를 상온 유동이 아니라 판유리 제조법의 결과로 설명하며, 창보다 훨씬 오래된 유리 유물에도 중력 흐름의 흔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오래된 판유리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하나는 크라운 유리였다. 유리 장인은 뜨거운 유리 덩어리를 불어 속이 빈 형태로 만든 뒤 한쪽을 열고, 막대에 붙인 채 빠르게 회전시켜 원반으로 펼쳤다. 원심력으로 가장자리는 얇아지고 막대가 붙었던 중심부에는 두꺼운 ‘불스아이’가 남았다. 식힌 원반에서 창에 쓸 작은 조각을 잘라 냈기 때문에 한 장 안에도 방사형 물결, 미세한 기포, 두께 차이가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날 오래된 창에 남은 동심원이나 휘어진 반사는 시간이 그린 자국이 아니라 회전하던 뜨거운 원반의 기록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실린더 유리는 뜨거운 유리를 긴 원통으로 불어 만든 뒤 양끝을 자르고 옆면을 길게 갈라, 다시 가열해 평평하게 펴는 방식이었다. 원통의 곡면을 완전한 평면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길게 뻗은 줄무늬와 완만한 굴곡이 남았다. 스코틀랜드의 역사 창호 보존 지침은 18~19세기 창에서 크라운 유리와 실린더 유리가 널리 쓰였고, 회전과 원통 펼치기에서 생긴 불규칙성이 각각 독특한 반사와 굴절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같은 건물의 창에서도 서로 다른 시기와 공방의 유리가 섞이면 물결의 방향과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두께가 다른 곳을 통과하는 빛은 같은 각도로 나가지 않는다. 공기에서 유리로, 다시 유리에서 공기로 들어가며 빛의 방향이 꺾이는데, 두 표면이 평행하면 전체 경로는 비교적 가지런하다. 손으로 만든 판처럼 표면이 미세하게 기울거나 굽으면 창 뒤의 직선이 휘고, 사람이 움직일 때 배경이 출렁이는 듯 보인다.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도 같은 굴곡을 따라 방향이 달라져 현대 창보다 반짝임이 풍부하다. 보존가들이 이 불규칙성을 단순 결함이 아니라 제작 기술과 건물 연대를 보여 주는 물질적 증거로 보는 이유다.
어떤 낡은 유리 조각은 실제로 아래쪽이 더 두껍지만, 그것만으로 흐름을 증명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쐐기 모양으로 만들어진 판은 어느 방향으로 끼우든 한쪽이 두껍고, 창을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사람이 더 무거운 가장자리를 아래로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두꺼운 가장자리가 옆이나 위를 향한 옛 판도 있을 수 있다. 중력 유동설이 맞으려면 같은 재료와 제작법을 고려한 뒤에도 시간에 따라 일관된 변형이 측정되어야 한다. 단지 ‘오래됨’과 ‘아래가 두꺼움’이 함께 보인다는 관찰은 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 창 전체가 불룩해지거나 처져 보이는 현상도 유리 자체의 유동과 구별해야 한다. 작은 유리 조각들은 납이나 다른 금속으로 된 띠와 퍼티, 창틀에 의해 함께 지지된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보존 안내가 설명하듯 이 연결부와 지지 구조는 환경과 시간의 영향을 받고, 창이 면 밖으로 휘거나 납땜 부위가 약해질 수 있다. 이때 움직이는 것은 유리 원자가 아래로 천천히 흐르는 한 장의 판이 아니라, 여러 조각을 잡아 주는 조립체와 프레임이다. 보존 수리에서 유리와 지지 구조를 따로 진단해야 하는 이유다.
현대 창이 훨씬 평평한 것은 유리의 물성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생산 공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반적인 플로트 유리는 녹은 유리를 액체 주석 위에 연속적으로 띄워 두 면이 평행하고 두께가 고른 긴 판을 만든다. 반면 손으로 만든 크라운·실린더 유리의 기포와 물결은 대량생산의 오차가 아니라 그 공정이 남길 수밖에 없었던 표정이다. 오래된 창을 균일한 새 유리로 바꾸면 단열이나 안전 성능은 설계에 따라 좋아질 수 있지만, 건물 외관에서 반사광이 움직이는 방식과 역사적 재료 정보는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보존 현장에서는 상태가 허락할 때 원래 판을 남기는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오래된 창유리는 액체와 고체의 경계를 가르치는 흥미로운 재료이지만, 그 물결은 ‘고체도 결국 흐른다’는 눈에 보이는 증거가 아니다. 뜨거운 유리는 제작할 때 충분히 흐르고, 식은 뒤에는 그때 생긴 두께와 표면을 고정해 보존한다. 창밖 풍경이 흔들려 보일수록 우리는 유리가 지난 세월 동안 움직인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원반을 돌리거나 원통을 펼치던 순간을 보고 있는 셈이다. 물결치는 창은 느린 낙하의 시계가 아니라 사라진 제조 기술이 빛으로 남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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