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달 표면에는 작은 점부터 거대한 원형 분지까지 수많은 구덩이가 있다. 이들 대부분은 화산이 뚫고 나온 자국이 아니라, 소행성·유성체·혜성 조각이 달과 충돌하며 만든 충돌구다. 우주 암석은 달 표면에 매우 빠른 속도로 부딪혀 암석을 파내고 녹이며, 주변으로 물질을 튀긴다. 충돌 뒤 무너진 가장자리와 가운데 융기가 더해져 우리가 보는 둥근 지형이 만들어진다.

충돌구가 대체로 원형인 까닭은 우주 암석이 수직으로 떨어져서만은 아니다. 충돌 속도가 매우 빠르면, 충돌 에너지가 짧은 순간에 사방으로 퍼지며 폭발과 비슷한 과정이 일어난다. 그래서 비스듬히 날아온 물체도 아주 얕은 각도가 아니라면 원형에 가까운 구덩이를 남길 수 있다. 큰 충돌에서는 처음 파인 구멍이 불안정해져 가장자리가 무너지고, 깊은 곳의 물질이 순간적으로 되튀며 중앙 봉우리가 생기기도 한다.

달에 충돌구가 특히 많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흔적을 지우는 과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달에는 비와 강, 바람, 식물 뿌리가 없고 대기도 거의 없다. 지구에서는 물과 바람이 지형을 깎고 퇴적물이 구덩이를 메우며, 식생도 표면을 바꾼다. 달에서는 이런 침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아 수십억 년 전 충돌의 흔적도 오래 남는다.

지구의 충돌구가 적어 보인다고 지구가 달보다 안전한 곳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구 역시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우주 암석에 맞았다. 하지만 두꺼운 대기는 작은 물체 상당수를 태워 없애고, 바다와 풍화는 남은 흔적을 바꾸며, 판 운동은 오래된 지각을 재활용한다. 화산 분출과 퇴적도 충돌구를 덮을 수 있다. 달 표면은 오래된 흉터를 보존하는 반면, 지구 표면은 끊임없이 새로 고쳐진다.

달의 검은 ‘바다’도 충돌구와 관계가 있다. 아주 큰 충돌로 만들어진 분지 일부는 나중에 내부에서 올라온 현무암질 용암으로 채워졌다. 그래서 어두운 평야는 오래된 거대 충돌의 바닥 위에 굳은 화산암일 수 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작은 충돌구가 많으면 표면이 오랫동안 노출되었다는 단서가 된다. 과학자들은 서로 겹쳐진 충돌구의 수와 관계를 세어 표면의 상대적 나이를 추정한다.

달의 충돌구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 떨어진 작은 운석은 기존 지형을 조금씩 깎고 섞으며, 태양풍과 극심한 온도 변화도 표면을 바꾼다. 이를 충돌 정원화라고 부른다. 다만 이 변화는 지구의 강과 바람, 판 운동에 비해 매우 느리다. 최근에 생긴 충돌구는 밝은 방사상 물질을 주변에 남기고, 오래된 충돌구는 가장자리가 둥글고 흐릿해지며 나이를 드러낸다.

달의 수많은 원은 단지 보기 좋은 무늬가 아니라 태양계의 시간 기록이다. 충돌구는 어느 시기에 얼마나 많은 우주 물체가 안쪽 태양계에 있었는지, 달 표면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 준다. 달에 대기가 없다는 사실은 사람에게는 가혹한 환경이지만, 지질학자에게는 오래전 사건의 흔적을 비교적 선명하게 남겨 둔 기록 보관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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