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1월 5일 낮 12시 20분. 마크 트웨인은 기계가 활자 한 줄을 가지런히 맞추는 모습을 보고 그 시각까지 편지에 적었다. 누군가에게는 쇳조각이 움직인 순간이었지만, 그에게는 오래 기다린 발명이 마침내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는 형에게 흥분해서 소식을 전했다. 다른 위대한 발명품들조차 이 기계 앞에서는 장난감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가 투자한 것은 제임스 페이지가 만들던 자동 식자기였다. 당시 책이나 신문을 인쇄하려면 작은 금속 활자를 모아 글줄을 만들어야 했다. 글자를 순서대로 놓는 일뿐 아니라 단어 사이의 간격을 조절해 줄의 끝을 맞추는 일도 필요했다. 인쇄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트웨인에게, 이 수고를 기계가 맡는다는 약속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페이지의 기계는 욕심이 컸다. 활자를 고르고 줄을 만들고 간격을 맞추며, 쓰고 난 활자를 다시 분류하는 과정까지 해내려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인 트웨인은 글을 인쇄하는 기계에도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 개발이 길어지는 동안 돈이 계속 들어갔고, 완성됐다는 말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그날의 시험에는 잠깐 실패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트웨인이 형에게 쓴 편지에 따르면, 기계가 예상보다 얇은 간격용 조각을 골랐다. 관계자들은 이상이 생겼다고 여겼다. 이물질이 끼었는지, 부품이 걸렸는지 살펴보다가 기계를 뜯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런데 다시 보니 활자에 붙은 미세한 먼지가 문제였다. 편지 속 설명대로라면 기계는 그만큼 늘어난 두께를 감안해 더 얇은 조각을 고른 것이었다. 완성된 줄을 측정하자 간격이 맞았다. 트웨인은 기계가 사람보다 영리하게 행동한 것처럼 묘사했다. 결함이라고 의심한 순간이 오히려 정교함을 입증하는 장면으로 바뀌었으니, 투자자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시연이었다.
그는 이제 몇 주만 더 다듬으면 세상에 내놓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연의 성공이 곧 사업의 성공은 아니었다. 이후 활자가 부서지는 문제가 생겼고, 기계는 다시 분해와 개선을 거쳤다. 개발과 자금 조달이 지연되는 사이 경쟁 기계인 라이노타이프는 인쇄소에 자리를 잡아 갔다.
페이지의 기계가 아무것도 못 하는 고철이었던 것은 아니다. 개발에 참여한 기술자는 훗날 신문사 시험에서 좋은 성능을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교하게 작동하는 한 대를 만드는 일과, 고객이 사서 매일 돌릴 기계를 여러 대 공급하는 일은 달랐다. 완성된 페이지 식자기는 결국 두 대뿐이었고 시험 단계를 넘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트웨인의 출판사까지 어려워지면서 재정은 무너졌다. 식자기 한 건만으로 모든 손실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오랫동안 돈을 넣은 큰 실패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빚을 갚기 위해 1895년 세계 순회 강연에 나섰다. 글자를 자동으로 줄 세우는 기계에서 기다리던 수익 대신, 사람들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며 돈을 벌어야 했다.
남은 식자기 한 대는 마크 트웨인 하우스 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반면 그날의 편지에는 아직 기계의 미래가 닫히지 않았다. 몇 주 뒤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가, 형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다 읽으면 이 편지를 돌려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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