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미국에서 나온 한 특허에는 뜻밖의 두 사람이 발명자로 적혀 있었다. 영화배우 헤디 라마르와 작곡가 조지 앤타일이었다. 영화에 쓸 장치도 새로운 악기도 아니었다. 적이 무선 신호를 방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통신 방법이었고, 두 사람이 염두에 둔 용도는 어뢰 조종이었다.
라마르는 당시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였다.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에서 활동하던 그는 전쟁이 벌어진 뒤 연합국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 함께 머리를 맞댄 앤타일은 자동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 장치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 작곡가였다. 배우와 작곡가라는 직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관심사가 둘을 연결했다.
무선으로 무언가를 조종하려면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같은 주파수를 사용해야 한다.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 맞는 채널에 주파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적이 그 주파수를 알아내 방해 신호를 보내면 명령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계속 같은 곳에서 말하면, 끼어들 사람도 어디로 와야 할지 알게 되는 셈이다.
두 사람은 주파수를 계속 바꾸는 방법을 생각했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송신기 혼자 옮겨 다녀서는 안 된다. 수신기도 같은 순간에 같은 주파수로 옮겨야 한다. 약속 없이 둘 다 채널을 바꾸면 적뿐 아니라 자기편도 메시지를 놓친다. 해결해야 할 것은 빠른 변화와 정확한 보조 맞추기였다.
이 대목에서 피아노가 등장한다. 사람이 건반을 누르지 않아도 연주하는 자동 피아노는 구멍이 뚫린 종이 롤을 읽으며 정해진 순서로 움직였다. 특허는 이런 기록을 보내는 쪽과 받는 쪽에 하나씩 두고 함께 진행시키는 방식을 제안했다. 두 장치가 같은 악보를 같은 속도로 따라가듯, 주파수를 바꾸는 순서를 맞추려 한 것이다.
그림과 설명을 갖춘 신청은 1941년에 접수됐고 이듬해 특허가 났다. 문서에 라마르라는 예명은 보이지 않는다. 당시 법적 이름인 헤디 키슬러 마키가 앤타일과 나란히 적혀 있다. 화면에서 익숙한 이름과 특허청의 이름이 달라, 같은 사람의 일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이야기와 닮았다.
특허가 났다고 곧바로 해군 장비가 된 것은 아니었다. 이 설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해군에 채택되지 않았다. 라마르는 전쟁 채권 판매 같은 활동에도 참여했고, 발명가로서의 공로가 널리 인정받는 데에는 훨씬 긴 시간이 걸렸다. 두 사람은 1997년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선구자상을 함께 받았다. 앤타일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 일을 두고 라마르가 혼자 와이파이를 발명했다고 말하면, 실제로 했던 일을 오히려 흐리게 된다. 그와 앤타일이 남긴 것은 주파수를 함께 바꾸는 통신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발명이었다. 영화와 음악을 만드는 두 사람이, 신호를 주고받는 기계도 서로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문제를 붙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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