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보이저의 금제 음반은 사진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어 기록했고, 그 신호를 정해진 순서의 선으로 다시 펼치면 그림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음반 홈에 작은 사진을 새긴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신호를 소리처럼 연속적으로 담은 것입니다. 오늘날 사진 파일을 저장하듯 JPEG를 넣은 것도 아닙니다. 한 줄로 이어지는 기록을 가로와 세로가 있는 영상으로 바꾸는 규칙이 음반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두 탐사선에는 각각 같은 내용의 음반이 실렸습니다. 이름 때문에 순금 원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지름 약 30센티미터의 금도금 구리 음반입니다. 그 안에는 음악과 자연의 소리, 여러 언어의 인사말, 지구의 모습을 소개하는 이미지가 담겼습니다. NASA가 설명하는 이미지 수는 115개이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음반은 전용 재생 바늘과 카트리지, 재생과 해독을 안내하는 그림이 새겨진 보호 덮개와 함께 보내졌습니다.

핵심은 평면의 정보를 차례로 읽을 수 있는 순서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을 가느다란 선들로 나눈 다음, 각 선을 따라 변하는 영상 정보를 시간 순서의 신호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재생 장치가 음반의 홈을 따라가면 그 순서에 맞는 신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신호를 스피커로 듣기만 해서는 사진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복원 장치는 신호의 변화와 시간을 그림 위의 위치에 다시 대응시켜야 합니다. 소리를 담는 매체를 영상 정보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음반 덮개에는 그 대응 규칙이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NASA의 설명에 따르면 한 장의 완성된 그림은 세로선 512개로 구성됩니다. 선 하나에 해당하는 시간은 약 8밀리초이며, 선들을 어떤 순서와 배치로 이어야 하는지 보여 주는 도식도 있습니다. 오래된 텔레비전이 영상을 여러 가로줄로 나누어 다루는 방식과 비슷하지만, 이 음반의 안내는 세로선을 사용합니다. 512는 사진의 개수가 아니라 한 영상을 구성하는 선의 수라는 점을 구분하면 해독 과정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신호를 선으로 바꾸는 데 성공해도 그림의 비율을 잘못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시험 영상에는 원이 들어 있습니다. 원은 어느 방향으로 재도 지름이 같으므로, 복원된 원이 길쭉한 타원처럼 보이면 가로와 세로의 비율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단서가 됩니다. 덮개에도 이 첫 그림을 재현해 놓아 결과를 비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사람 얼굴이나 동물 사진만 보냈다면 받는 쪽은 그 생물이 원래 길쭉하게 생겼는지 영상이 늘어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원은 복원 과정 자체를 점검할 기준이 됩니다.

재생 속도 역시 우리가 쓰는 단위만 적어서는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덮개는 음반이 한 바퀴 도는 데 3.6초가 걸리도록 안내하며, 이는 분당 16과 3분의 2회전에 해당합니다. 다만 외계의 발견자가 인간의 초를 안다고 가정할 수 없으므로 수소 원자의 특정 전이에 대응하는 시간 간격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기준 시간의 몇 배인지 이진수로 표현해 회전 시간과 영상의 시간 척도를 설명한 것입니다. 재생 바늘의 위치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읽는 방향도 도식으로 알려 줍니다.

이렇게 많은 안내를 붙였다고 해서 우주에서 음반이 계속 재생되거나 지구의 노래가 자동으로 방송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은 탐사선에 실린 물리적인 물건이며, 누군가 발견해 알맞은 방식으로 읽고 해석해야 합니다. 덮개에 담긴 그림과 물리학의 기준도 발견자가 그 뜻을 파악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합니다. 제작자는 언어를 공유하지 않는 상대에게 가능한 한 많은 단서를 주었지만, 그 상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음반을 만나는지, 그림을 이해하는지까지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보이저 음반의 사진은 그래서 저장 매체보다 복원 규칙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줍니다. 홈에 신호가 남아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적절한 속도로 읽은 뒤 어디서 선을 시작하고 어떻게 나란히 놓을지 알아야 합니다. 원형 시험 영상까지 제대로 나타나면 그때부터 다음 이미지들을 같은 규칙으로 읽을 근거가 생깁니다. 지구의 모습을 보내는 일에는 어떤 장면을 고를지뿐 아니라, 그 장면을 본 적도 없고 우리의 기계도 모르는 상대가 한 장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명하는 작업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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