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오늘날 세계 여러 언어가 쓰는 ‘로봇’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 《R.U.R.》을 통해 1920년에 등장했다. 그러나 낱말 자체를 제안한 사람은 카렐이 아니라 그의 형이자 화가·작가였던 요제프 차페크였다. 요제프는 의무 노동이나 고된 부역을 뜻해 온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이름을 끌어냈고, 그 선택은 새 존재의 재료보다 인간을 대신해 일하도록 만들어진 신분을 먼저 드러냈다.

카렐은 인공 노동자들이 나오는 작품을 구상하면서 그들을 무엇이라 부를지 고민했다. 훗날 그가 들려준 일화에 따르면 ‘라보리(laboři)’ 같은 이름을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문어적으로 느껴져 작업 중이던 요제프에게 물었다. 요제프는 붓을 문 채 ‘그럼 로봇이라고 부르라’는 취지로 답했다. 그래서 작품의 저자와 낱말 제안자를 한 사람으로 뭉뚱그리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어근인 ‘로보타’는 현대의 단순한 ‘일’보다 무거운 역사를 가진다. 체코어와 다른 슬라브계 언어의 관련 낱말은 농노가 영주에게 제공해야 했던 강제 노역, 의무 부역, 고된 일을 가리켜 왔다. 19세기에 이런 봉건적 의무가 폐지된 뒤에도 고역이나 천한 노동이라는 뉘앙스가 남았다. 그러므로 ‘로봇’은 처음부터 반짝이는 금속 장치를 묘사한 공학 용어가 아니었다.

《R.U.R.》은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공장이 인공 노동자를 대량 생산하는 이야기다. 1920년에 출판되고 1921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 작품 속 로봇은 오늘날 장난감이나 산업용 팔처럼 톱니와 전선으로 된 기계가 아니다. 화학적으로 만든 살아 있는 물질에서 조립된 인간형 존재에 가깝고, 먹는 것을 포함한 일부 생물학적 성질도 지닌다. ‘합성 인간’이라는 표현이 외형과 재료를 더 잘 전달한다.

그럼에도 로봇이라는 이름은 극중 기능과 정확히 맞았다. 공장은 인간에게 귀찮고 힘든 일을 맡길 값싼 일꾼을 설계하고, 감정과 욕구를 불필요한 비용처럼 줄이려 한다. 개인의 이름과 삶을 가진 사람보다 반복 가능한 노동 단위로 취급되는 것이다. ‘강제 노동’의 기억이 든 낱말은 인간이 타인을 도구화하는 질서를 한 단어 안에 압축했다.

희곡의 비극도 바로 그 질서에서 자란다. 로봇 생산으로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는 듯하지만, 생산과 통제의 논리는 생명을 상품으로 만든다. 로봇들은 결국 반란을 일으키고 인류를 거의 멸절시킨다. 작품은 단순히 ‘기계가 악해진다’고 경고하기보다 노동, 대량생산, 인간다움, 창조자가 피조물을 책임지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어원은 이 사회적 풍자를 읽는 열쇠다.

새 낱말은 작품의 번역과 해외 공연을 따라 빠르게 국경을 넘었다. 당시 영어권에서 이미 쓰이던 오토마톤은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장치라는 계보를 가졌지만, 로봇은 인간을 대신하는 만들어진 노동자라는 강한 이야기까지 실어 날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설, 영화, 대중 보도와 공학이 이 말을 금속 인간뿐 아니라 공장 자동화 장치와 이동 기계, 소프트웨어가 제어하는 다양한 장치로 넓혔다.

따라서 로봇의 역사를 고대 자동인형에서 곧장 1920년으로 이어 ‘그때 최초의 로봇이 발명됐다’고 말하면 개념과 낱말을 혼동한다. 물이나 추, 태엽으로 움직이는 자동장치는 수백 년, 넓게 보면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 차페크 형제가 만든 것은 최초의 움직이는 인공물체가 아니라, 20세기 산업사회가 상상한 인공 노동자를 붙잡는 새 이름이었다.

오늘날 로봇의 정의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 것도 이 이동의 흔적이다. 어떤 정의는 환경을 감지하고 프로그램에 따라 물리적으로 행동하는 기계를 강조하고, 일상어는 사람 모양이나 자율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웹사이트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봇’처럼 물리적 몸이 없는 소프트웨어에도 친척 낱말이 붙는다. 원래 희곡의 생물학적 노동자와 현대 산업용 로봇 팔은 재료가 다르지만, 맡겨진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는 중심 이미지는 이어진다.

카렐이 로봇이라는 단어를 ‘발명했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다. 그의 희곡이 그 말을 세상에 도입하고 국제적으로 퍼뜨렸다는 뜻에서는 맞지만, 카렐 자신이 요제프에게 공을 돌렸다는 사실을 빠뜨린다. 반대로 요제프만 언급하면 이야기를 담아 세계어로 만든 작품의 역할이 사라진다. 가장 정확한 서술은 요제프가 제안하고 카렐이 《R.U.R.》에서 사용해 소개했다는 것이다.

‘로봇’이라는 이름에는 미래 기계의 설계도가 아니라 과거 노동제도의 기억이 들어 있다. 인간이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하도록 만든 존재를 무엇이라 부를지 묻자, 차페크 형제는 강제된 일의 언어를 골랐다. 이후 재료와 기술은 합성 생명에서 전자기계와 소프트웨어까지 크게 바뀌었지만, 누가 일하고 누가 명령하며 일하는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낱말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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