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전자책 화면이 전원을 꺼도 글자를 남기는 이유는 액정 화면처럼 계속 빛을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자잉크는 아주 작은 캡슐 안의 색소 입자를 전기장으로 위아래 이동시킨 뒤 그 위치에 머물게 하는 반사형 표시 기술입니다.

대표적인 흑백 방식의 캡슐에는 투명한 액체와 서로 다른 전하를 띤 검은 입자와 흰 입자가 들어 있습니다. 캡슐 하나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이며, 화면에는 이런 캡슐이 수백만 개 깔립니다.

화면 아래 전극에 전압을 걸면 한 색 입자는 위쪽으로 끌리고 다른 색은 아래로 밀립니다. 위로 올라온 입자가 주변 빛을 반사하므로 그 부분이 검거나 희게 보입니다. 자체 발광이 아니라 종이의 잉크처럼 외부 빛을 이용합니다.

전기장을 없애도 입자가 액체 속에서 곧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쌍안정성' 덕분에 정지 화면이 유지됩니다. 따라서 페이지를 바꿀 때는 전력이 필요하지만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는 동안에는 표시 자체에 거의 전력이 들지 않습니다.

새 화면을 만들 때 입자를 정확히 재배치하려고 검정과 흰색이 잠깐 번갈아 보이는 새로고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반 LCD보다 전환이 느리고 빠른 영상에는 불리하지만 햇빛 아래 가독성과 긴 배터리 시간이 장점입니다.

컬러 전자종이는 색 필터를 덧대거나 여러 색 입자를 각각 움직이는 방식도 씁니다. 세부 구조는 달라도 필요한 순간에 입자 배치를 바꾸고, 다음 변경까지 그 물리적 상태를 유지한다는 생각이 낮은 전력 소비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