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전자잉크 화면이 전원을 계속 쓰지 않고도 페이지를 남길 수 있는 핵심은 색소 입자의 위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있습니다. 화면을 바꿀 때 전기장으로 입자를 옮기고 나면, 전압을 없애도 입자가 곧바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성질을 쌍안정성이라고 합니다.

널리 쓰이는 흑백 전기영동 방식에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미세 캡슐이 수백만 개 들어 있습니다. 각 캡슐의 투명한 액체 속에는 서로 반대 전하를 띤 흰색과 검은색 색소 입자가 떠 있습니다. 실제 제품에 따라 입자 전하와 구조의 세부 설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화면의 박막 트랜지스터 백플레인은 화소마다 전극의 전압을 조절합니다. 전기장의 방향에 따라 한 종류의 입자가 투명한 앞면으로 이동하고 다른 종류는 뒤로 밀립니다. 위쪽에 모인 입자가 관찰자에게 보이므로 그 부분을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전자잉크는 보통 스스로 빛을 내는 대신 주변 빛을 색소에서 반사합니다. 그래서 밝은 곳에서는 종이처럼 읽히며,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전자책 단말기는 별도의 전면 조명을 켠 경우가 많습니다. 전면 조명과 프로세서, 무선 통신은 정지 화면 중에도 전력을 쓸 수 있습니다.

입자와 액체, 캡슐 벽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입자는 전기장이 사라진 뒤에도 선택된 배열에 머뭅니다. 따라서 표시막은 같은 그림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새로고침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다음 페이지로 바꾸거나 일부 화소를 수정할 때는 원하는 위치로 입자를 다시 움직일 전압 파형이 필요합니다.

회색 단계는 모든 입자를 완전히 위나 아래로 보내는 대신 이동 정도와 전압 펄스를 세밀하게 제어해 만듭니다. 이전 배열의 흔적을 지우고 새 상태를 정확히 만들려고 화면이 검고 희게 번쩍이는 전체 새로고침이 쓰이기도 합니다. 빠른 부분 갱신은 잔상과 화질 사이의 절충을 낳습니다.

컬러 전자종이는 흑백층 위에 색 필터를 놓거나, 여러 색의 전하 입자를 한 화소 안에서 선택적으로 이동시키는 등 여러 방식을 사용합니다. 구현은 달라도 공통 원리는 같습니다. 필요한 순간에만 광학 상태를 바꾸고 그 물리적 배열을 유지하기 때문에, 특히 오래 머무는 문서 화면에서 소비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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