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치아 법랑질이 뼈처럼 다시 자라지 않는 가장 큰 까닭은 완성된 법랑질 안에 새 조직을 만들 살아 있는 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법랑질을 만드는 법랑모세포는 치아가 잇몸 밖으로 나오기 전에 맡은 일을 끝내고 대부분 사라진다. 반면 뼈에는 혈관과 살아 있는 세포가 남아 낡은 뼈를 걷어 내고 새 뼈를 놓는 교체 작업을 평생 이어 간다.
법랑질은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지만 단단함이 곧 회복 능력을 뜻하지는 않는다. 무게의 대부분이 수산화인회석 계열의 무기질 결정이고, 성숙한 법랑질에는 혈관도 신경도 세포도 없다. 촘촘한 결정 다발은 씹는 힘과 산성 환경을 견디는 보호 갑옷이 되지만, 금이 가거나 조각이 떨어진 자리로 세포와 영양분이 이동해 새 바탕을 짤 통로는 제공하지 않는다.
법랑질은 치아 발생 중에만 세포가 조립한다. 법랑모세포는 단백질이 풍부한 바탕을 분비하고 길쭉한 무기질 결정이 방향을 갖고 자라도록 조절한다. 이어 단백질과 물을 상당 부분 거두고 결정의 폭과 두께를 키워 조직을 성숙시킨다. 이 과정에서 법랑질의 미세한 기둥 구조와 치관의 정교한 곡면이 함께 만들어지므로, 단순히 칼슘을 빈 곳에 붓는다고 원래 형태가 되지는 않는다.
치아가 맹출할 무렵에는 상황이 바뀐다. 많은 법랑모세포가 세포사멸을 겪거나 퇴축하고, 남은 법랑기관의 세포층도 잇몸 조직과 합쳐지거나 치아가 입안으로 나오는 동안 소실된다. 그 결과 입안에 드러난 법랑질은 제작자를 잃은 완제품과 비슷하다. 뼈에서는 파골세포가 오래되거나 손상된 무기질 바탕을 흡수하고 조골세포가 새 바탕을 분비하지만, 성숙 법랑질에는 이에 대응하는 상주 세포 체계가 없다.
그렇다고 초기 손상이 전혀 회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음식물과 세균 대사로 산도가 내려가면 법랑질 표면의 칼슘과 인산염이 빠져나가는 탈회가 일어난다. 표면이 아직 무너지지 않은 초기 병변에서는 침의 칼슘·인산염이 기존 결정의 빈자리로 다시 들어갈 수 있고, 불소는 용해에 더 잘 버티는 결정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치과에서 말하는 초기 충치의 재광화는 이처럼 남아 있는 결정 골격을 보강하는 과정이다.
재광화와 재생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재광화는 벽돌이 조금 녹아 나온 벽에 무기질을 다시 붙이는 일에 가깝고, 재생은 사라진 벽돌과 벽의 모양을 세포가 새로 만드는 일이다. 표면이 꺼져 구멍이 생겼거나 충격으로 모서리가 깨졌다면 붙잡아 줄 연속된 미세 구조와 형상을 잃은 상태다. 침과 불소는 그 빈 공간에 원래의 법랑질 기둥을 층층이 재건하지 못한다.
치아 전체가 죽은 광물 덩어리인 것도 아니다. 법랑질 아래의 상아질은 치수의 살아 있는 세포와 연결되어 있고, 자극에 대응해 안쪽에 제한적인 방어 상아질을 더 만들 수 있다. 치수에는 혈관과 신경도 있다. 그러나 이 반응은 법랑질 바깥 표면을 다시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치아 안쪽 경계를 두껍게 하는 방어에 가깝기 때문에, 사라진 법랑질의 두께와 매끈한 씹는 면을 복원하지는 않는다.
초기 탈회가 되돌아갈 수 있는 범위도 법랑질 표면의 겉모습만으로 단순히 정해지지 않는다. 산은 결정 사이의 미세한 통로로 들어가 표면 아래부터 광물을 빼낼 수 있어 겉은 이어져 있는데 안쪽이 성긴 병변이 생긴다. 이때 남은 결정은 돌아오는 이온이 붙을 발판이 된다. 반대로 그 지지대가 무너져 실제 구멍이 생기면 같은 이온이 모여도 발생기의 법랑모세포가 만들었던 방향성과 경계를 스스로 복원할 수 없다.
연구자들은 법랑질 단백질의 역할을 흉내 내 결정 성장을 유도하거나, 줄기세포와 조직공학으로 법랑모세포에 가까운 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한다. 하지만 나노미터 규모의 결정 방향부터 치아 전체의 곡률까지 동시에 재현하고, 이미 입안에 난 치아 표면에 새 조직을 단단히 결합하는 일은 어렵다. 생체모방 코팅이나 실험실 수준의 재생 연구를 성인이 자연스럽게 새 법랑질을 자라게 하는 확립된 치료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결국 법랑질의 역설은 매우 단단해 오래 버티도록 만들어진 대신, 완성 뒤에는 제작 세포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산에 의해 무기질이 조금 빠진 초기 단계라면 기존 구조를 재광화할 여지가 있지만, 구조 자체가 무너진 뒤에는 생물학적으로 원래 모양을 다시 만들지 못한다. 법랑질이 뼈보다 약해서 재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두 조직이 성숙 뒤에도 유지하는 세포와 혈관의 설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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