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에멘탈 같은 스위스형 치즈의 구멍은 숙성 중 생긴 이산화탄소가 치즈 안에서 자라난 기포입니다. 다만 세균이 기체를 만든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포가 시작될 미세한 자리도 필요합니다.

치즈 제조 초기에 유산균은 우유의 당을 젖산으로 바꿉니다. 이어 프로피온산균이 이 젖산을 이용하면서 프로피온산과 아세트산,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 이 반응은 고소한 향과 함께 구멍을 만드는 기체를 제공합니다.

숙성 중인 치즈 조직은 기체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단단하고 유연한 그물처럼 작용합니다. 이산화탄소가 한곳에 모이면 치즈를 밀어내며 둥근 공간, 즉 치즈 업계에서 말하는 '아이'를 키웁니다.

하지만 매끈한 치즈 속에서 기포가 저절로 시작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유에 들어온 극미량의 건초 같은 식물 입자 속 미세한 공기 공간이 기포의 씨앗이 됩니다. 세균이 만든 이산화탄소가 이 자리로 모이며 눈에 보이는 구멍으로 커집니다.

현대의 밀폐식 착유와 여과로 우유가 더 깨끗해지자 에멘탈의 구멍이 줄어든 현상도 이 원리로 설명됩니다. 건초 입자는 기체를 만드는 재료나 불결함의 주원인이 아니라, 구멍이 어디서 몇 개 시작될지를 돕는 아주 작은 핵입니다.

모든 스위스 치즈에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균을 쓰는지, 숙성 온도와 시간, 치즈 조직, 기포 핵의 수에 따라 구멍의 유무와 크기가 달라집니다. 익숙한 구멍은 세균의 발효와 치즈 구조, 미세한 시작점이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