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거울을 보면 내가 오른손을 들었는데 거울 속 사람은 왼손을 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거울은 좌우를 바꾼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평면거울이 실제로 뒤집는 방향은 좌우가 아니라 거울 면에 수직인 앞뒤다. 거울에 가까운 내 몸의 앞면은 상의 뒤쪽에 있는 상처럼 보이고, 거울에서 멀어지는 방향은 반대로 보인다. 위아래와 방 안의 동서 방향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차이는 손을 거울 쪽으로 뻗어 보면 더 분명하다. 실제 손은 거울을 향하지만, 거울 속 손은 거울 뒤쪽을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앞뒤 반전이다. 반면 실제 물체의 왼쪽에 있던 점은 거울 영상에서도 화면의 왼쪽에 남는다. 거울이 좌우를 물리적으로 맞바꿨다면, 왼쪽에 붙인 스티커가 영상의 오른쪽으로 옮겨가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는 좌우가 바뀌었다고 느낄까? 거울 속 모습을 ‘나를 마주 보고 선 다른 사람’처럼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같은 방향을 향하려면 머릿속에서 몸을 위아래 축으로 반 바퀴 돌려야 한다. 그 회전은 내 오른쪽을 상대의 왼쪽과 대응시키게 한다. 거울 자체가 좌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앞뒤가 바뀐 영상을 우리가 마주 선 사람의 좌표계로 비교하면서 좌우 반전이라는 느낌이 생긴다.
글자가 거울에서 거꾸로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와 관련 있다. 종이는 보통 글자가 적힌 앞면을 우리에게 보인다. 이를 거울에 비추면 종이의 앞면이 거울 쪽을 향하고, 영상에서는 그 앞면을 반대쪽에서 보는 것과 같은 방향 관계가 된다. 글자의 선은 앞뒤 반전된 평면 위에 놓이므로 읽는 방향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좌우가 실제로 이동했다기보다, 앞면과 뒷면을 가르는 방향이 뒤집힌 결과다.
거울이 위아래를 바꾸지 않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거울을 천장에 수평으로 놓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울에 수직인 방향은 위아래가 된다. 그 경우 거울은 위아래처럼 보이는 방향을 반전시킨다. 즉 어느 축이 바뀌는지는 거울의 위치가 아니라 거울 면에 수직인 방향으로 정해진다. 우리가 보통 벽에 세운 거울 앞에 서기 때문에 앞뒤 반전이 익숙할 뿐이다.
평면거울은 빛을 입사각과 같은 반사각으로 되돌려 보낸다. 우리 눈은 이 빛을 직선으로 거꾸로 연장해, 거울 뒤에 실제와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가상 영상을 만든다. 이 과정은 물체를 거울 면에 대해 대칭으로 놓는다. 그래서 거울은 이미지를 빙글빙글 돌리는 장치가 아니라, 한 평면을 기준으로 위치를 대칭시키는 장치다.
따라서 거울의 ‘좌우 반전’은 물리와 일상 언어가 만나는 작은 착시다. 내 왼쪽과 거울 속 인물의 왼쪽을 비교하면 그대로이지만, 나와 마주 본 인물의 왼쪽을 비교하면 반대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거울을 볼 때는 손을 좌우로 움직이는 대신 거울 쪽과 내 쪽으로 움직여 보자. 거울이 바꾸는 축이 무엇인지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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