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추울 때나 음악에 전율할 때 피부에 오돌토돌한 소름이 돋는 직접적인 원인은 털주머니마다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입모근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이 근육이 털을 세우며 주변 피부를 살짝 끌어당기면, 털의 뿌리 부근이 솟아 우리가 보는 작은 돌기가 됩니다.

입모근은 팔을 움직일 때처럼 의식적으로 조종하는 근육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평활근입니다. 추위나 강한 감정 같은 신호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면 피부의 신경 말단에서 전달 물질이 나오고 입모근이 수축합니다. 그래서 ‘소름을 돋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반응이 빠르게 나타납니다.

털이 빽빽한 포유류에게 털 세우기는 실제 기능이 있습니다. 세워진 털 사이에 공기층이 두꺼워지면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줄일 수 있고, 공포나 위협 상황에서는 부풀어 보이는 털이 몸집을 더 크게 보이게 합니다. 고양이가 놀랐을 때 꼬리와 등의 털을 곤두세우는 것도 같은 계열의 반응입니다.

사람은 몸의 털이 짧고 성겨서 소름이 돋아도 두꺼운 보온층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즉 사람의 눈에 두드러지는 피부 돌기는 조상 포유류에게 더 유용했던 털 세우기 장치가 여전히 작동한 흔적에 가깝습니다. 다만 ‘쓸모없는 잔재’라고 단정하면 입모근과 신경이 피부에서 맡는 다른 역할을 놓칠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입모근, 교감신경, 털주머니 줄기세포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생쥐 실험에서는 짧은 추위가 소름 반응을 일으키고, 오래 지속되는 추위 신호는 교감신경을 통해 털주머니 줄기세포의 활성과 새 털 성장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순간적인 소름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자라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같은 세포 장치가 빠른 반응과 장기 적응을 연결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소름은 몸을 떠는 반응과도 다릅니다. 떨림은 비교적 큰 골격근을 빠르게 움직여 열을 만들어내지만, 소름은 털주머니의 작은 근육이 털의 각도를 바꾸는 반응입니다. 추울 때 둘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도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사람 몸에서의 보온 효과는 같지 않습니다.

추위와 공포, 감동이 모두 소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피부가 감정의 종류를 판별해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상황이 몸의 각성 체계인 교감신경으로 모여 같은 작은 근육 스위치를 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름은 피부 표면의 작은 무늬지만, 그 아래에서는 신경과 근육, 털주머니가 함께 작동하는 오래된 포유류의 반응이 펼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