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CD 표면에 무지갯빛이 보이는 까닭은 디스크의 촘촘한 나선형 데이터 트랙이 반사형 회절격자처럼 작동해 백색광의 파장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보강하기 때문이다. 염료가 일곱 색을 칠한 것도, 표면이 작은 프리즘으로 덮인 것도 아니다. 인접한 트랙에서 반사된 빛 사이의 경로 차이가 색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강간섭 조건을 만족시킨다.
CD의 정보는 중심 근처에서 바깥쪽으로 이어지는 한 줄의 나선 트랙을 따라 기록된다. 가까이 확대하면 나선의 이웃 회전 부분은 거의 평행한 선들이 규칙적으로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CD-ROM 표준 ECMA-130은 이 트랙 중심 사이 간격을 1.6마이크로미터, 허용 오차를 0.1마이크로미터로 정한다. 이는 1밀리미터 폭에 약 625개의 트랙이 놓이는 밀도다. 가시광 파장은 대략 0.4~0.7마이크로미터이므로 이 간격은 빛의 몇 파장에 해당하며,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으면서 회절 무늬를 분리하기에는 규칙적으로 충분히 반복된다.
빛이 한 줄의 경계나 작은 틈을 만나면 직진만 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퍼지는 회절이 일어난다. CD에는 이런 트랙이 수없이 나란히 있으므로 각 트랙에서 나온 회절광이 다시 겹친다. 어떤 방향에서는 이웃 트랙에서 온 파동의 마루가 마루와 만나 세지고, 다른 방향에서는 마루와 골이 만나 약해진다. 많은 줄이 규칙적으로 반복될수록 보강되는 방향은 더 날카롭고 뚜렷해진다. 이것이 회절격자의 기본 작동 방식이다.
백색광에는 여러 파장의 빛이 섞여 있다. 같은 트랙 간격과 입사각에서도 빨간빛과 파란빛이 한 파장만큼 경로 차이를 이루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관찰자의 눈이 있는 각도에는 특정 색이 강하게 들어오고, 조금 옆에서는 다른 색이 강해진다. 디스크나 머리를 움직일 때 색띠가 미끄러지듯 바뀌는 것은 표면 색소가 변해서가 아니라 눈과 조명, 트랙 사이의 기하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CD의 트랙은 완전한 동심원이 아니라 하나의 나선이지만, 눈으로 보는 작은 영역에서는 인접 구간들이 평행 격자처럼 작동한다. 격자의 방향은 원둘레를 따라 계속 회전하므로 회절되는 색도 직선 띠 하나가 아니라 휘어진 부채꼴과 호 모양으로 펼쳐진다. 조명이 넓은 창처럼 여러 방향에서 오면 서로 다른 회절 무늬가 겹쳐 색이 부드럽게 번지고, 작은 전구나 태양 반사처럼 방향이 뚜렷한 광원은 선명한 띠를 만든다.
무지갯빛의 주인공은 피트 하나하나의 모양보다 반복되는 트랙 간격이다. 피트와 랜드는 디지털 정보를 나타내는 광학적 전이 신호를 만들지만, 일상 조명에서 넓게 보이는 색 분리는 이웃 트랙의 규칙적 배열에서 주로 나온다. 기록 전 CD-R에도 레이저를 안내하는 미세한 프리그루브가 있어 회절색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음악이나 파일이 많을수록 무지개가 생긴다’는 설명은 맞지 않는다. 기록 방식과 층 구조는 색의 세부 세기에는 영향을 주어도 규칙적 홈이 핵심 조건이다.
프리즘 무지개와도 원인이 다르다. 프리즘은 물질의 굴절률이 파장에 따라 달라 빛의 진행 방향을 연속적으로 갈라놓는다. CD 회절격자는 여러 트랙에서 나온 파동이 위상 조건에 맞는 방향에서 선택적으로 더해지면서 색을 분리한다. 두 경우 모두 백색광을 스펙트럼으로 펼치지만, 하나는 주로 굴절과 분산이고 다른 하나는 회절과 간섭이다. CD 조각을 간이 분광기의 빛 분리 요소로 이용할 수 있는 이유도 이 차분한 규칙성에 있다.
레이저를 비추면 원리를 더 직접 측정할 수 있다. 한 파장만 가진 레이저는 무지개 대신 중앙 반사점과 그 양옆의 여러 밝은 회절차수로 나타난다. 광원에서 스크린까지 거리와 밝은 점 사이 각도를 재면 격자식으로 트랙 간격을 계산할 수 있다. 대학 물리 실험에서 CD와 DVD를 비교하면 더 촘촘한 DVD의 회절점이 다른 각도에 놓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레이저를 눈이나 반사면에 비추지 않고 안전한 저출력 실험 절차를 따라야 한다.
표면 긁힘은 무지개를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규칙적인 위상을 흐트러뜨리는 결함이다. 보호용 투명 플라스틱, 반사 금속층, 염료층의 흡수와 산란, 먼지와 흠집은 어떤 색이 얼마나 또렷한지를 바꾼다. 그러나 깨끗한 CD가 각도에 따라 색을 바꾸는 근본 이유는 약 1.6마이크로미터 간격으로 반복되는 나선 트랙이다. 디지털 정보를 읽기 위해 만든 미세 구조가 방 안의 백색광에도 반응해, 눈앞에서 파장별 간섭 조건을 곡선 무지개로 드러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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