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빵은 물을 완전히 잃지 않아도 전분 분자가 다시 정렬되고 수분이 속살과 껍질 사이에서 재배치되기 때문에 딱딱해진다. 이 변화를 빵의 노화라고 하며, 단순 건조와는 다르다. 속살은 상당한 수분을 지닌 채 탄력을 잃을 수 있고, 같은 시간에 바삭했던 껍질은 속에서 이동한 물을 받아 오히려 눅눅해질 수 있다.

반죽을 구울 때 밀가루 전분은 물과 열을 받아 원래의 촘촘한 결정 질서를 잃는다. 전분 알갱이가 물을 흡수해 부풀고 일부 성분이 퍼져 나오면서, 가스방울을 둘러싼 부드러운 젤状 구조가 만들어진다. 동시에 글루텐 단백질은 열로 굳어 빵의 뼈대를 세운다. 오븐에서 막 나온 속살이 유연한 것은 물이 많아서만이 아니라, 전분 사슬이 가열 전의 정돈된 상태에서 풀려난 구조이기 때문이다.

식기 시작하면 전분은 에너지가 낮은 배열을 다시 찾는다. 전분의 직선 성분인 아밀로스는 비교적 빠르게 서로 결합해 초기 구조를 잡고, 가지가 많은 아밀로펙틴은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일부 가지가 나란히 놓이며 이중나선과 작은 결정 영역을 만든다. 이를 전분의 노화 또는 재결정화라고 부른다. 빵 속살이 저장 중 점점 단단해지는 현상에는 특히 아밀로펙틴의 느린 재정렬이 큰 몫을 한다.

분자가 정렬되면 같은 물을 품은 빵의 촉감도 바뀐다. 아밀로펙틴 가지 사이의 결합이 늘어나 전분 망이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누른 뒤 되돌아오는 능력이 줄어든다. 새 결정 영역은 물 분자를 포함하거나 주변에서 물의 위치를 바꾸어 글루텐과 전분 사이의 균형도 달라지게 한다. 연구자들은 일정한 크기의 속살을 눌러 필요한 힘을 재고, 시차주사열량법으로 저장 중 생긴 결정 영역이 가열돼 풀릴 때 흡수하는 열을 측정한다. X선 회절로는 전분의 질서가 다시 늘어나는 변화도 추적할 수 있다. 이런 값이 경도 증가와 함께 변하는 것은 재결정화의 역할을 뒷받침하지만, 측정 하나만으로 수분 이동과 글루텐 변화의 기여를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시료 온도와 배합도 함께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수분계로 측정한 전체 물의 양이 크게 줄지 않아도, 혀와 손이 느끼는 부드러움은 사라질 수 있다.

빵 한 덩어리 안에서 물은 균일하게 머물지 않는다. 굽기를 마친 직후 속살은 껍질보다 수분이 많으므로 물이 바깥쪽으로 이동하고 일부는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다. 건조한 껍질이 물을 받으면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상태에서 더 유연한 상태로 바뀌어 바삭한 소리가 줄어든다. 반면 속살은 수분 일부를 내주고 전분 재결정화까지 겹쳐 단단해진다. ‘딱딱한 속과 눅눅한 껍질’이 동시에 생길 수 있는 이유다.

냉장고가 빵 노화를 막아 줄 것이라는 예상도 항상 맞지 않는다. 냉장 온도는 곰팡이 성장을 늦출 수 있지만, 얼지 않은 차가운 범위에서는 밀빵의 아밀로펙틴 재결정화가 실온보다 빨라져 속살이 더 빨리 굳을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얼리면 분자 이동이 크게 느려져 노화 반응이 억제된다. 다만 빵의 배합, 포장, 냉장고 습도와 저장 기간이 달라 실제 품질 변화에는 건조와 향 손실도 함께 작용한다.

굳은 빵을 데우면 잠시 부드러워지는 것도 전분 구조의 증거다. 열은 형성된 아밀로펙틴 결정 일부를 녹이고 물의 이동성을 높여 속살을 다시 유연하게 만든다. 토스터나 오븐은 표면의 물을 날려 껍질의 바삭함도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기 중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향기 성분, 반복 가열로 변한 단백질·전분 구조까지 처음 상태로 되돌리지는 못하므로 효과는 일시적이고 완전하지 않다.

노화 속도는 빵마다 다르다. 지방과 유화제는 전분 사슬의 접근이나 물의 분포를 바꾸고, 제빵용 효소는 저장 중 전분 구조가 단단해지는 방식을 늦출 수 있다. 설탕, 산도, 단백질 망, 굽기 정도와 포장도 영향을 준다. 글루텐이 없는 빵은 전분과 다른 구조 형성 재료의 비율이 달라 같은 설명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장 식빵과 바게트, 고지방 브리오슈가 같은 속도로 늙을 이유는 없다.

빵의 노화와 미생물에 의한 부패도 구분해야 한다. 노화는 주로 전분·단백질·물의 물리화학적 재배열로 질감과 향이 떨어지는 과정이고, 곰팡이는 살아 있는 미생물이 자라는 별개의 과정이다. 보관 온도와 포장은 한쪽을 늦추면서 다른 품질을 악화시킬 수 있어 선택에는 절충이 따른다. 빵이 수분을 품고도 굳는 현상은 ‘신선함’이 물의 총량 하나가 아니라, 물이 어디에 있고 전분 사슬이 어떤 질서를 이루는가에 달렸다는 가장 가까운 식품과학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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