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사과는 단단하고 묵직해 보이지만 물에 넣으면 대개 둥둥 뜬다. 이유는 사과 한 개의 평균 밀도가 물보다 작기 때문이다. 밀도는 같은 부피 안에 얼마나 많은 질량이 들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물속의 물체는 밀어낸 물의 무게만큼 위로 미는 힘, 곧 부력을 받는다. 사과가 자기 무게와 같은 양의 물을 밀어냈을 때 그 힘이 사과의 무게를 이기면, 물 위에 일부를 내놓은 채 균형을 잡는다.
핵심은 껍질 안의 과육이 완전히 빈틈없는 덩어리가 아니라는 데 있다. 사과의 세포들은 서로 맞닿아 있지만, 자라면서 만들어진 배열 탓에 그 사이에는 아주 작은 통로와 빈 공간이 이어져 있다. 그 공간에는 주로 공기와 수증기가 들어 있다. 이 빈 공간은 수확 뒤에도 살아 있는 세포가 산소를 받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데 쓰는 기체 이동 통로이기도 하다. 눈으로 사과를 잘랐을 때 큰 구멍이 보이지 않아도, 현미경적 규모의 빈 공간들이 과일 전체 부피에서 차지하는 몫은 작지 않다.
연구자들은 과육 조직의 이런 빈 공간을 세포간 공극 또는 공기 공간이라고 부른다. 품종과 과육의 위치, 자란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상 사과의 공기 공간은 전체 부피의 대략 20~30%에 이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조직을 물속에서 재거나 엑스선 미세 단층촬영으로 내부를 보아 이 구조를 측정한다. 물보다 훨씬 가벼운 공기가 같은 부피를 차지하면, 물과 당분, 세포벽으로 이루어진 부분의 무게가 있어도 사과 전체의 평균 밀도는 내려간다. 단단한 과육과 가벼운 공기 주머니가 한 덩어리로 합쳐진 결과이며, 단맛의 많고 적음만으로 떠오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 현상은 ‘사과 껍질이 방수라서 뜬다’는 설명과는 다르다. 껍질은 과일을 보호하고 물의 출입을 늦추지만, 뜨고 가라앉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체 질량과 부피의 비율이다. 물에 뜨기 위해 껍질 안에 물을 막아 둔 커다란 공기방이 있을 필요도 없다. 껍질을 벗긴 사과 조각도 내부 공기 공간을 충분히 지니고 있으면 물에 뜰 수 있다. 반대로 사과를 갈아 퓌레처럼 만들고 가열하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떠 있던 과육이 가라앉기도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사과가 절반쯤 잠기는 까닭도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사과가 잠긴 부분이 밀어 낸 물의 무게가 사과 무게와 같아질 때까지 사과는 내려간다. 이때 사과는 물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긴 부피만큼의 물이 있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 가벼운 사과일수록 덜 잠기고, 평균 밀도가 물에 더 가까운 사과일수록 더 깊이 잠긴다. 물의 온도나 설탕·소금이 녹아 있는 정도도 물의 밀도를 바꾸므로, 같은 사과라도 액체에 따라 잠기는 높이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보통의 맑은 물에서 사과가 뜬다는 관찰은 특정 한 품종의 정확한 잠김 비율을 예측하는 방법은 아니다. 과일의 무게와 내부 구조가 조금만 달라져도 물 위로 나온 부분은 달라진다.
그렇다고 ‘과일은 공기가 많으면 모두 뜬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과일마다 세포 배열과 공극의 양, 당과 물의 비율이 다르며, 같은 종류 안에서도 품종과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 사과 과육의 공기 공간은 호흡에 필요한 기체가 조직 안으로 이동하는 길이기도 하다. 저장 중이거나 특정 생리 장해가 생겨 그 공간이 당 성분을 포함한 액체로 채워지면 과육이 유리처럼 반투명해 보일 수 있고, 산소가 조직 깊숙이 이동하는 방식도 바뀐다. 이런 상태는 사과의 정상적인 ‘떠오름’ 원리를 확인하는 실험 재료라기보다, 내부 구조가 과육의 품질과 보관에도 중요하다는 사례다.
사과가 뜨는 모습은 작은 배처럼 보이지만, 특별한 장치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 조직이 자라며 만든 미세한 공간, 그 안의 공기, 그리고 물속에서 작동하는 부력이 함께 만든 결과다. 물을 가득 채운 투명한 그릇에 상처 없는 사과를 조심스럽게 넣어 보면, 사과가 단지 표면장력에 걸린 것이 아니라 물을 밀어 내며 스스로 잠기는 높이를 정한다는 점도 관찰할 수 있다. 손으로 살짝 아래로 눌렀다가 놓으면 사과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것도, 물이 밀려난 양이 늘어날수록 부력이 커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 관찰은 물에 완전히 잠겨도 가라앉지 않는 물체와, 표면에만 살짝 걸친 아주 가벼운 물체를 구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다음에 물에 뜬 사과를 보면 껍질 아래의 하얀 과육을 단단한 고체 한 덩어리로만 보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길을 품은 가벼운 구조로 떠올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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