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파리지옥은 숫자를 생각하는 대신 감각모가 만든 활동전위와 세포질 칼슘 신호를 짧은 시간 동안 겹쳐 덫을 닫을지 결정한다. 보통 첫 전기 신호가 세포 안 칼슘 농도를 올리고 그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두 번째 신호가 더해지면 임계값을 넘어 두 잎이 빠르게 닫힌다. 따라서 파리지옥이 ‘센다’는 말은 뇌로 접촉 횟수를 기억한다는 뜻이 아니라, 연속된 전기·화학 신호를 생물학적 문턱에 모은다는 뜻이다.

파리지옥의 덫은 입이나 위가 아니라 두 갈래로 갈라진 잎이다. 각 잎 안쪽에는 대개 세 개의 가느다란 감각모가 솟아 있고, 곤충이 이 털을 충분한 각도와 속도로 굽히면 바닥의 감각세포가 기계적 변형을 감지한다. 세포막의 기계감응성 이온통로가 열리면서 전하 분포가 바뀌고, 변화가 문턱을 넘으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활동전위는 동물 신경에서만 쓰는 전용 신호가 아니라, 식물 세포도 이온 이동으로 만들어 조직을 가로질러 전달할 수 있는 전기 신호다.

첫 활동전위만으로 덫이 곧바로 닫히지 않는 것은 짧은 기억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기 신호와 함께 세포질의 칼슘 농도가 순간적으로 올라가지만 곧 다시 낮아진다. 두 번째 활동전위가 충분히 빨리 도착하면 칼슘 신호가 앞선 흔적 위에 더해지고, 덫이 반응하는 임계 농도를 넘을 수 있다. 반대로 다음 자극이 너무 늦으면 첫 흔적이 약해져 다시 처음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2023년 보고된 ‘디스칼큘리아’ 변이체 연구도 빠른 닫힘에는 두 활동전위와 임계 칼슘 수준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여기서 ‘두 번 만지면 닫힌다’는 유명한 규칙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다. 2020년 연구팀은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미세 로봇으로 감각모를 굽히고 전기 신호를 함께 측정했다. 그 결과 한 번의 접촉이라도 감각모가 충분히 빠르고 크게 움직인 뒤 되돌아오면 두 활동전위를 만들고 덫을 닫을 수 있었다. 실제 곤충의 한 걸음도 털을 밀었다 놓는 동안 복수의 기계적 변화를 줄 수 있다. 파리지옥이 직접 세는 대상은 손가락이 닿은 횟수보다 자극에서 발생한 활동전위의 수와 간격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정확하다.

전기·칼슘 신호가 문턱을 넘으면 이미 열린 상태에 저장돼 있던 기계적 불안정성이 풀린다. 덫의 두 잎은 단순한 평판이 아니라 휘어진 얇은 껍질이며, 조직의 물 이동과 세포벽의 힘이 곡률을 바꾸면 한 안정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빠르게 뒤집힌다. 휘어진 플라스틱 뚜껑을 눌러 순간적으로 안팎이 바뀌는 것과 비슷한 ‘스냅 좌굴’이 속도를 크게 높인다. 비유가 전체 생리 과정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근육이 없어도 느린 세포 변화가 미리 저장된 탄성 에너지를 방출해 빠른 운동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두 신호 문턱은 빗방울이나 바람에 날린 작은 부스러기 때문에 매번 덫을 닫는 일을 줄인다. 덫을 닫고 다시 여는 데에는 에너지와 시간이 들며, 아무 먹이도 없으면 그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움직이는 곤충은 짧은 시간 안에 감각모를 반복해서 건드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시간 문턱은 살아 있는 먹이일 확률을 높이는 필터가 된다. 그러나 완벽한 판별기는 아니다. 충분한 기계 자극을 주면 먹이가 아닌 물체도 덫을 닫을 수 있고, 아주 작거나 움직임이 적은 곤충은 신호가 부족해 빠져나갈 수 있다.

닫힘은 사냥의 끝이 아니라 다음 판정의 시작이다. 갇힌 곤충이 계속 움직여 감각모를 자극하면 추가 활동전위가 쌓이고, 잎 가장자리가 더 단단히 밀폐되며 자스몬산 계열 신호가 활성화된다. 이 호르몬 경로는 원래 많은 식물이 초식동물의 공격에 대응할 때 쓰는 체계인데, 파리지옥에서는 소화액 분비와 영양분 운반 장치를 켜는 방향으로 이용된다. 2016년 실험에서는 활동전위 횟수가 늘수록 소화 관련 반응과 나트륨 흡수가 단계적으로 커졌다. 덫은 ‘무언가가 들어왔다’와 ‘계속 움직이는 먹이가 있다’를 서로 다른 신호량으로 구분하는 셈이다.

파리지옥이 곤충을 잡는 목적도 흔히 오해된다. 식물은 곤충에서 주된 에너지를 얻는 동물이 아니라 햇빛으로 광합성해 당을 만든다. 먹이는 질소·인·나트륨 같은 무기 영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이를 보충하는 공급원이다. 그러므로 감지, 닫힘, 밀폐, 소화액 생산을 무조건 시작하는 것은 이득이 아니다. 여러 단계의 문턱은 영양분을 얻을 가능성과 작동 비용을 맞추는 자원 배분 체계다. ‘계산’처럼 보이는 행동은 생존에 필요한 선택을 이온 신호의 누적과 감쇠로 구현한 결과다.

파리지옥의 전기 신호 세기는 식물과 동물의 정보 처리가 꼭 뇌와 신경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감각모의 변형은 이온통로를 열고, 활동전위는 칼슘 흔적을 남기며, 시간 안에 겹친 흔적은 잎의 기계적 상태를 뒤집는다. 이어지는 더 많은 신호는 같은 덫을 소화 기관으로 바꾼다. 결국 파리지옥이 세는 것은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먹이의 움직임이 만든 전기적 사건이며, 그 사건의 횟수와 간격이 ‘기다리기·닫기·소화하기’ 사이의 경계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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