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고대의 에라토스테네스는 땅을 한 바퀴 돌지 않고도 지구 둘레를 추정했습니다. 핵심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서로 다른 두 도시에서 막대 그림자가 만드는 각도가 다르다는 관찰입니다. 그 차이는 태양이 도시마다 다르게 비춘 것이 아니라, 휘어진 지구 위에서 막대의 ‘수직’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깁니다.

전해지는 설명에 따르면 그는 하지 무렵 시에네에서는 정오에 깊은 우물 바닥까지 햇빛이 닿아 수직 막대의 그림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시각 알렉산드리아의 수직 막대에는 짧은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막대 높이와 그림자 길이로 알렉산드리아에서의 태양 각도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태양이 매우 멀리 있어 두 도시에 들어오는 햇빛을 거의 평행선으로 볼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 그림자 각도는 지구 중심에서 두 도시를 잇는 각도와 같습니다. 그 각도가 원 한 바퀴의 약 1/50이라면, 두 도시 사이 거리의 50배가 지구 둘레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것은 복잡한 장비보다 기하학의 대응 관계를 이용한 측정입니다.

물론 실제 조건은 이야기만큼 완벽하지 않습니다.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가 정확히 같은 경선 위에 있지 않았고, 우물 이야기와 도시 간 거리의 측정 방식에도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재현에서는 정확한 장소·시간·태양 고도와 거리 측정을 따로 다룹니다. 그럼에도 이 방법은 지구가 구형에 가깝고 태양광이 거의 평행하다는 가정 아래 매우 강력합니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성취는 현대 값과 몇 자리까지 맞았다는 일화보다도, 멀리 있는 대상을 국소적인 측정으로 연결한 데 있습니다. 막대 하나의 그림자와 두 지점의 거리를 원의 각도와 연결하면, 발밑의 곡률이 행성 전체의 크기에 관한 정보가 됩니다. 오늘날 학생들이 두 도시에서 같은 실험을 되풀이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기하학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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