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들여다보면
고대 이집트를 떠올리면 장면들이 한 화면에 몰려옵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라오, 상형문자, 클레오파트라. 영화와 교과서의 이미지는 이 모든 것을 옛 이집트라는 한 덩어리로 묶어 버립니다. 하지만 시간표를 펼치면 꽤 충격적인 사실이 보입니다.
클레오파트라는 기자 대피라미드가 세워진 시대보다 달 착륙에 더 가까운 시대를 살았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기원전 1세기 인물입니다. 반면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대략 기원전 26세기에서 25세기 무렵, 쿠푸 왕 시대의 건축물입니다.
둘 사이에는 약 2500년의 간격이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에게 피라미드는 자기 시대의 최신 왕실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까마득한 고대의 유산이었습니다. 우리가 로마 제국을 바라보는 것보다 더 먼 과거의 건축물을 그녀는 바라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반대로 클레오파트라와 1969년 아폴로 11호 달 착륙 사이의 간격은 약 2000년입니다. 그래서 시간 거리만 놓고 보면 클레오파트라는 피라미드 건설자보다 우주비행사에게 더 가깝습니다.
이 사실이 재미있는 이유는 고대라는 말이 얼마나 거칠게 시간을 뭉개는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모두 옛날이지만, 그 옛날 안에도 긴 역사와 더 오래된 유물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는 피라미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피라미드를 이미 고대 유적으로 바라보던 사람입니다. 역사는 한 장의 낡은 사진이 아니라, 오래된 사진 위에 또 다른 오래된 사진이 겹쳐진 앨범입니다.



